마음의 건강을 돌보는 도심 속 작은 공간 ; 뉴욕Calm City & BEtime
잘 사는 것(Well-living)에 대한 고민과 웰다잉(Well-dying)
우리는 누구나 건강하고 풍요로운 심리적 안정과 가족 및 타인과의 유대관계를 지향하고 삶에서 성취하는 무형의 가치를 추구하며 각자가 생각하는 더 나은 형태의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 물질적 풍요를 추구했던 과거와 달리 ‘잘 사는 것’에 대한 삶의 지표가 변화하면서 현대 사회는 물질의 축적과 정신적 풍요에 대한 밸런스를 중시하게 되었고, 잘 사는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한 방법과 그 준비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더불어 전 세계에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는 인구 구조 변화와 가족의 해체, 1인가구의 확산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고 새로운 쟁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잘 사는 것(Well-living)뿐만 아니라 삶의 마지막 순간인 죽음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웰다잉(Well-dying)의 개념이 트렌드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웰다잉(Well-dying)은 서울시 사회문제 해결 디자인 기본계획(2021-2023)수립을 위한 연구의 제안된 30개 주요 시책 중 ‘웰리빙(Well-living)을 위한 웰다잉(Well-dying)’으로 다루어지며 삶의 회고를 돕는 프로브 키트(probe-kit) 와 디지털 콘텐츠 개발, 시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핵심사업 마스터플랜이 수립된 바 있고, 서울시는 유관 기관과 함께 시민들이 각자의 삶을 가치 있게 마무리할 수 있는 웰다잉의 인식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웰다잉(Well-dying)은 2000년대 중반 죽음에 대한 교육을 대중화하는 과정에서 죽음의 언급을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여 당시 트렌드였던 웰빙(Well-being)이라는 단어에 착안해 생성된 용어이다.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보다 나은 죽음’, ‘존엄한 죽음’, ‘좋은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이를 신체적, 심리적, 관계적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초기 웰다잉(Well-dying)의 개념은 주로 노년기 인구를 중심으로 개인이 살아온 날들을 아름답게 정리하는 문화의 장려 측면에서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죽음은 언젠가 모두가 맞이하는 순간이므로 누구나 생애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감하기 위해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되고 긍정의 마음을 갖게 한다. 결국 웰리빙(Well-living)과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성찰은 모든 사람들이 현재의 삶을 더 의미 있게 살아가도록 동기부여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2019년 세계 웰니스 협회(Global Wellness Institute)는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삶의 일부로 죽음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웰다잉(Well-dying) 문화를 웰니스 트렌드 키워드로 선정하였다. 또한, 관련 세계 동향을 다루는 리포트에서는 누구나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데스카페(Death Café),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삶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데스투어(Death tourism), 임종 전 지인들과 함께 작별인사를 나누는 생전 장례식 등의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Mcgroarty, 2019). 이처럼 해외에서 수용하고 있는 웰다잉 문화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보다 다소 개방적인 특성이 나타나지만, 삶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통해 현실에 충실한 삶을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맥락을 함께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https://globalwellnessinstitute.org)
존엄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중요성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의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가 전 세계 40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죽음의 질 (quality of death) 조사에 따르면 죽음의 질 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는 영국 (93.9점), 호주 (91.6점), 뉴질랜드(87.6점) 순으로 나타났고, 한국(73.7점)은 18위를 차지하며 하위권에 머물렀다. 1위를 차지한 영국의 경우는 2004년 부터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호스피스 서비스를 확대하고 2009년부터는 국민들에게 죽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의 일환으로 ‘The National End of Life Care Strategy’를 시작하였다. 그 결과 ‘Action for End of Life Care(2014-16)’를 수립하는 등 일찍이 ‘좋은 죽음’의 정의를 공론화하고 ‘삶을 완성시키는 것’에 대한 인식을 서서히 확산시키며 개인의 생애 마지막에 대한 심리적 안정과 보살핌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이에 영국에서는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금기시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각자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존엄한 죽음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이러한 제도적 접근은 누구나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상실감을 최소화 하고 보다 건강한 대응체계를 수립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국가적 차원의 인식 개선과 사회적 분위기 조성은 민간의 활동으로 이어진다. 그 사례로 영국의 민간 단체인 LWDW(Living Well Dying Well)는 웰다잉과 관련한 교육에 기초하여 생애 말기 케어 전문가(End of Life Doulas)를 육성 및 파견한다. 현재 런던을 비롯한 영국 8개의 권역과 유럽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생애 말기 케어 전문가는 상실에 대한 이해, 죽음에 대한 정서적 반응, 생애 말기 신체적 변화와 완화의료, 문화권에 따른 의식과 관행에 대한 교육을 이수하고 임종에 다다른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올바른 정서적 지원과 환경을 제공한다. LWDW의 활동 목적은 인간의 죽음이 매우 중요한 삶의 일부분이자 인간적인 사건이라는 관점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최대한 아끼고 활용하도록 죽음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함이며 이를 위해 죽음 과정에서 직면하는 외로움이나 불안, 긴장 등의 완화를 위한 심리적 지원과 대중 교육을 위해 힘쓰고 있다. 구체적 활동으로는 생애 말기 케어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고 서비스 제공자의 연계망을 강화하며, 지역사회 내 웰다잉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과 죽음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Café)의 운영 등이 있다.
이처럼 국제적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 전환과 정책적 접근, 제도적 지원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도 현대인들의 일상에서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에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7년 1월 「서울특별시 웰다잉 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관련 문화 확산을 위해 정책적으로 접근하고 있고, 공공과 민간에서도 다양한 제도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웰다잉 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은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연명의료, 장례문화, 장기기증, 죽음 교육 등으로 매우 광범위한 세부 내용을 포괄한다. 그러나 웰다잉의 개념이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 뿐만 아니라 ‘더 나은 현재의 삶을 살기 위한 인식과 성찰 중심’으로 인식되고 있으므로 사람들이 현재 존재 상태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오늘날 도시는 모든 것이 빠르고 급격하게 변화한다. 현대인들은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불안, 우울, 공황장애,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인과 질환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졌고, 이는 또 다른 사회문제 발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본 고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포괄적 관점으로 존엄한 죽음과 더 나은 삶을 위한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고 시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도모하는 해외의 민간 사례를 알아보고자 한다.
뉴욕, 이동형 명상 스튜디오 캄시티Calm City
뉴욕 최초의 이동형 명상 스튜디오인 캄시티(Calm City)는 다양한 환경에서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과 가이드를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RV(Recreational Vehicle) 차량을 개조하여 100제곱피트의 명상 스튜디오 공간을 구축하고, 1회당 9명의 인원을 수용하는 명상 세션을 운영한다. 참가자는 이동형 스튜디오에 탑승하여 좌석에 착석한 후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준비된 명상 세션에 참여할 수 있다. 캄시티의 명상 가이드는 참가자에 따라 기본적인 마음챙김(mindfulness)세션의 실습을 할 수 있도록 각기 다르게 구성된 명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짧은 시간이지만 참가자들은 세상의 불확실성과 번잡함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재충전과 회복의 시간을 갖는다.
(이미지 출처: https://www.calmcitynyc.com/)
캄시티(Calm City)는 여행이나 특별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도 바쁜 도시 거주자들에게 조용한 공간과 양질의 명상의 순간을 전달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창업자 크리스틴 웨스트브룩(Kristin Westbrook)은 일찍이 복잡하고 빠른 도시 속에서 불안함과 우울감,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데 명상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였다. 이후 맨해튼의 푸드트럭에서 영감을 받아 2017년 뉴욕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에 캄시티 이동형 스튜디오(Calm City RV)를 세워두고, 명상가와 함께 도시에서 일하고 거주하는 시민들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현재 도시 내 명상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참가자들을 위해 호흡 운동과 바디 스캔 명상을 통한 자기 치유, 현실의 불확실성과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회복력 툴킷 만들기, 행복한 삶과 미래를 위한 나만의 웰니스 프로그램 설계하기, 드로잉을 통한 마음 챙김 명상, 글쓰기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고, 팬데믹 기간에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현대인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뉴욕, 도시의 혼돈 속에서 고요함을 찾는 명상 버스 비타임BEtime
미국의 불안 및 우울증 협회(ADAA-Anxiety and Depression Association)에 따르면 불안의 감정은 미국 내 4천만명 이상의 성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이는 삶을 쇠약하게 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불안은 현대인의 삶에서 크고 작은 사건 사고와 상황에 대한 반응일 수 있으며 이때 명상과 마음 챙김은 스트레스와 두려움에 대처하고 일부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착안하여 시작된 비타임(BEtime)은 마음 돌봄과 심리적 안정이 필요한 바쁜 현대인들을 찾아가는 명상 버스 서비스이다. 비타임(BEtime)은 버스 내부에 명상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수요자들을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명상의 효과를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앞서 캄시티(Calm City)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뉴욕 맨해튼 내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그들은 이동식 명상 버스를 통해 시내 곳곳을 이동하여 명상 세션을 진행하고 사용자 편의를 위해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 위치를 공유한다.
비타임(BEtime)은 버스의 기동성과 더불어 ‘몰입형 명상 경험’을 제공하는 모바일 스튜디오라는 차별화된 물리적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 에이디어 스튜디오(Aidia Studio)의 건축가 로날드 로드리게즈(Ronald Rodriguez)와 나탈리아 브자스크(Natalia Wrzask)가 설계한 비타임(BEtime) 스튜디오 내부는 프랙탈 패턴의 타공 패널 사이로 조명을 설치하고 나무 바닥과 폭신한 쿠션을 구비하여 명상 참가자들에게 포근한 안정감을 준다. 시끄러운 도심에서 고요한 명상을 할 수 있도록 외부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방음 장치를 갖추었고 아로마테라피와 사운드는 명상 참가자의 다중 감각 경험을 제공하여 명상의 몰입도를 향상시킨다.
(이미지 출처: https://www.betimepractice.com)
비타임(BEtime)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맨해튼의 바쁜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하거나 퇴근 후 잠깐의 시간을 할애하는 것만으로도 비타임 버스에서 마음챙김(mindfulness)의 수행을 통해 감정과 욕망, 산만한 생각들을 멈추고 긍정적이고 건강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낼 수 있다. 필요에 따라 기업이나 학교, 각종 기관을 방문하여 신체적 질병으로 절망감과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회복 과정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거나 친구, 가족과의 관계를 개선하여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상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외에도 참가자들의 필요에 따라 복잡한 도시생활과 다양한 외부 요인으로 인해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스트레스로 끊어진 내면을 연결하고 깊은 호흡을 통해 평정과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명상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들은 최근 시공간의 구애없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비타임 써클(BEtime Circle) 앱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비타임 써클(BEtime Circle)은 마음챙김과 명상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여 명상 수행을 배우고 서로 상호작용하도록 온라인 커뮤니티와 웰빙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하는 기술 기반의 콘텐츠 플랫폼이다. 전 세계적으로 격리와 고립,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수요자가 직접 공간에 방문하지 않더라도 각자를 돌아볼 수 있도록 설계된 도구와 워크샵 및 라이브 세션에 비대면의 형태로 참여할 수 있고,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통해 리소스를 공유하여 사람들의 관계를 형성하고 증진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형태의 개인화 된 솔루션으로 사용자의 상황이나 필요에 부합하는 맞춤 콘텐츠 제공을 통해 몸과 마음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무엇보다 참여자들이 같은 목적으로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측면에서 비타임 써클(BEtime Circle)은 도시의 마음 건강을 돌볼 수 있는 필수적인 서비스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잘 사는 삶(Living Well) 대한 고민은 인류의 생존과 성장에 늘 함께해 왔고, 우리는 웰빙(Well being)과 힐링(Healing)의 트렌드를 지나 웰다잉(Well dying)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팬데믹을 겪으면서 세계 많은 인구들이 제한된 움직임, 상실, 고립과 우울, 불안감, 스트레스 등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기에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인류 정신 건강의 중요성 또한 깊이 깨닫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좋은 죽음을 생각해보는 것은 곧 좋은 삶을 계획하는 것과 직결되는 유용한 고민이며 웰다잉에 대한 관심은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현대인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감소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죽음을 비롯하여 현대인의 삶 속에 만연해 있는 불안과 우울을 해소할 수 있는 정서적 지원 서비스가 견고하게 구축된다면 사회 전반적으로 ‘마음의 건강을 돌보고 현재에 충실한 삶이 잘 사는 삶이자 곧 웰다잉의 완성’이라는 인식이 더욱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글 | 홍승희 (홍익대학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