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브랜드 경험디자인의 가치

해당 콘텐츠는 2022 서울디자인국제포럼 1차사전포럼에서 발제된 내용을 요약 및 편집하여 발표자의 사전 동의를 얻은 후 게재되었습니다.


발표자: 최소현 (퍼셉션 대표)


브랜드 관점으로 바라본 도시

우리는 일정한 경험에 의해 브랜드와 관계를 형성하고, 누구나 브랜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브랜드는 존재 그 자체, 내재적 기준과 외형적 실천의 축을 의미하며 브랜딩은 대상의 고유성과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고 원칙과 기준을 만들고 지키며 관계 속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실천을 의미합니다. 


도시를 브랜드 측면에서 바라본다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 일까요? 

도시 브랜드와 경험은 가시적인 것 이외에도 다양한 영역과 가치를 포함합니다. 

미국 뉴욕(New York)은 I♡NY 슬로건과 심볼마크, 마천루, 월가의 바쁜 움직임으로 상징되어 왔으나 오늘날 지속 가능한 먹거리와 생태계에 대한 범 지구적 고민을 공유하는 새로운 논의의 장이 되고 있고, 라스베이거스(Las Vegas)는 더 이상 전통적인 서부극과 카지노의 도시가 아닌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문화유산의 도시 밀라노(Milano)는 디자인과 문화 예술,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도시로, 유려한 자연환경의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는 실리콘밸리를 열광시킨 삶의 방향성을 찾아가는 축제 위즈덤 2.0 (Wizdom2.0)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세계적인 파급력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스위스 다보스(Davos)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포럼을 개최하며 도시의 인지도를 확립하였습니다. 이처럼 도시들은 다양한 콘텐츠로 도시 브랜드를 만들고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또한, 우리가 도시에 머무르는 목적에 따라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은 다르게 나타납니다. 잠시 머무르는 관광객에게는 인상 깊은 콘텐츠가 강렬한 도시 브랜드로 인식될 것이고, 거주하는 시민들에게는 도시가 의식주휴미락생(衣食住休美樂生)의 모든 측면을 아우르는 동반자가 되어 삶의 현장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도시 브랜딩은 도시의 DNA는 무엇인지, 어떤 대상에게 무슨 가치를 주는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도시를 둘러싼 많은 이들에게 도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일관된 맥락으로 경험을 지속하도록 하는 활동입니다. 도시 브랜드를 경험한다는 것(Brand Experience)은 사람들이 도시 안의 모든 접점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행동들을 의미하며 오늘날 다양한 콘텐츠로 생성되는 도시의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는 말과 글, 이미지로 전달하는 것 이외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상상하여 가시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도시 브랜드의 조건

브랜드가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려면 우선 명확한 브랜드 존재의 이유를 확립하고 정체성을 일관된 맥락으로 전달하는 행위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일정한 가치를 만들어갈 것을 선언하거나 약속하기도 하는데, 이를 꾸준히 지키면서 범지구인의 관점으로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도시브랜드는 어떻게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요?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휴먼웨어를 모두 살펴봐야 합니다. 사람, 역사, 문화, 산업, 장소성과 잠재력에 이르는 다양한 영역이 이에 해당됩니다. 또한 도시가 대외적으로 다양한 에너지를 주고 받을 때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발전하려면 결국 견고한 정체성과 핵심 가치를 수립해야 하는데, 이는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고 공감해야 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강력한 도시브랜드는 국가와 문화권을 넘어 개별브랜드로서 의미를 가지며 단단한 브랜드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도시의 경험디자인

오늘날 사회 전반적인 의식과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기술이 진화함에 우리는 다양한 도시의 선택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눈앞에 보이는 가치 평가보다 미래를 예측하고 다음세대를 생각하는 관점을 갖게 되었고  갖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도시브랜드는 다각적 관점에서 장기적인 사회적 책임과 역할,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는 도시의 경험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들을 섬세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코로나19,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뿐만 아니라 초연결사회, 기후 위기 등 거시적인 맥락의 변화와 마이크로한 영향요소들을 더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이슈들은 오랜 시간 지속되거나 누적되면서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어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킵니다. 

사람은 도시 경험디자인의 주체이자 향유자이므로 이들의 변화는 도시 경험디자인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변수가 됩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중심 세대는 모두 다른 듯 하면서도 다양한 선택지와 개인의 신념에 부합하는 가치 소비를 선호하며 직접 관여하기를 원하는 공통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핵심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여기고 공감 가치에 기반한 경험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전 세계가 포용적 사회를 지향하고 공공의 가치를 중시하면서 브랜드가 살펴야 할 이해관계 그룹이 확대되었습니다. 특정한 집단과 지역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전체를 배려하고 모두를 고려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투자의 관점과 가치 판단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변수에 따라 우리는 도시의 경험을 무엇을 기준으로 만들어갈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도시브랜드와 경험디자인

- 복합적인 맥락을 고려해야 하는 도시와 경험

더 나은 도시의 경험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복합적인 맥락을 고려해야 합니다. 도시에 거주하는 정주인구와 잠시 머무르거나 거쳐가는 관계인구,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그리고 중간 영역을 아우르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도시브랜드는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또 다른 영감을 자극하고, 일상을 개선하며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람의 에너지로 줄 수 있는 휴먼웨어를 포함하고 의식주휴미락, 그리고 생을 아우르는 모든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경험은 시각, 촉각, 청각 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감각을 통해 인지되므로 사람 본연에 대한 관심과 관찰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 도시브랜드 경험 디자인의 영역

우리는 디자인을 하거나 경험을 창출하고자 할 때에 익숙하거나 늘 잘해오던 것 보다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움을 창조하기 위해 고민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도시에 필요한 것은 무분별한 새로움 보다는 ‘결핍’을 비롯한 ‘도시의 당면 과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입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일상’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사회 저변에 존재하는 문제가 아직 너무나 많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전 인류가 문제 상황을 겪기도 했지요. 도시 안에는 유니버설디자인과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일상을 개선하는 여러 팀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이미 갖추어진 도시 환경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이유는 우리가 늘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고, 디자인적 문제 해결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며 영감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도시 내 사적 영역이 공공과 만나는 지점은 단절이 아닌 다양한 경험 솔루션이 될 수 있습니다. 일례로, 과거에는 규정에 따라 형식적으로 조성하였던 건물의 공개 공지가 오늘날 민간기업들이 지역에서 의미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공간으로 계획되고, 목적에 따라 건물의 하단부를 시민에게 열어 두어 공공과 민간의 접점으로 활용되는 중간 영역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디자인이 관여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의 영역은 보고 만질 수 있는 물리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빛, 진동과 같이 기존의 디자인과 시너지를 만들어 훨씬 풍요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비가시적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습니다. 감각은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복합 감각 경험을 통해 경험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도록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 도시브랜드 경험 디자인 사례

텍사스 오스틴에서는 매년 봄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South by Southwest, SXSW)라는 영화, 인터랙티브, 음악 페스티벌, 컨퍼런스가 개최됩니다. 1987년에 시작된 SXSW는 매년 규모가 확장되어 평균 50여 개국 2만여 명의 음악관계자들과 2천여 팀의 뮤지션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SXSW는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조직과 학교, 기업, 또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큰 에너지를 불러 일으키는 상징적인 이벤트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DDP 서울라이트는 일반 시민들이 도시에서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디자인 관련 종사자들에게는 비교적 다양한 경험과 자극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실제 도시에서 생활하는 대다수의 시민들은 같은 일상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시각 경험에 대한 기회를 갖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영화에서 만날 법한 영상을 익숙한 도시 한 가운데서 경험한 이후 시민들의 생각과 상상력이 경험 이전과 과연 똑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www.SXSW.com                                                    DDP 서울라이트 ©최소현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도 연대를 만들어 가면서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파킹데이(Parking Day)는 1년 중 하루, 주차장을 공원으로 만드는 행사입니다. 파킹데이는 샌프란시스코 도심 실외 공간의 약 70%를 차지하는 차량 주차 공간에 대한 활용도를 고민하던 중 리바(Rebar)라는 단체에 의해 2005년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전 세계로 확산되어 예술, 연극, 그리고 액티비티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주차 공간을 활용하여 사진 전시, 일광욕, 음악감상, 놀이, 독서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시민들은 즉흥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홍대 인근 상상마당 주최로 파킹데이가 실행되기도 했습니다.  

독일 프랑크 푸르트는 지속 가능한 도시의 삶을 위해 도심 정원을 구축하였습니다. 국내에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도심 정원은 가끔 겉으로 보여지는 것에 치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프랑크푸르트의 사례는 규모는 많이 크지 않지만 목재로 지어진 외부 뿐만 아니라 내부의 가구, 인테리어 소품 모두 리사이클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 도심 정원은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자연스럽게 방문할 수 있는 위치적 특성과 건강한 삶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자연과 도시의 공존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www.myparkingday.org


다음은 국내 사례인 전주 시립도서관 우주로입니다. 공공과 도시의 경험에서 챙겨야 할 중요한 부분은 사람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이 갈 수 있는 공간은 실제로 매우 제한적입니다. 전주 시립 도서관의 우주로1216은 이러한 문제의 대안 중 하나인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 입니다. 12세에서 16세 사이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집과 학교가 아닌 제 3의 공간을 만든 프로젝트로, 전주시 성곽에서 영감을 얻어 공간을 탐험할 수 있도록 계획 하였습니다. 참여형 워크숍으로 공간의 실사용자를 공간 설계 과정에 참여시켰고 디자인 프로세스를 주도적으로 이끌도록 기회를 제공한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전주시 공식 블로그 blog.naver.com/jeonju_city


도시의 경험 디자인은 거창한 것만이 아닙니다. 간판부터 시작해서 재미있는 다양한 공간이 공존하고 있는 거리와 골목은 마치 상점에서 다양한 상품을 보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도시의 공장 지대가 상업공간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이전에 없었던 녹지공간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화려한 야간 조명과 개성 있는 마천루가 등장하는 오늘날 도시의 변화는 도시의 경험 디자인과 연결됩니다. 


 

©최소현


보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 또한 중요한 도시 경험의 역할입니다. 횡단보도 바닥에 설치된 LED 바닥신호등이나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고속도로의 색깔 유도선 등은 도시의 보행과 교통문제를 돕기 위해 도출된 대안들입니다. 사실 다양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에서 일련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대안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공공기관과 전문가, 시민들이 서로 협력하여 공감하고 이해하는 과정, 합리적 의사결정을 거친 합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고속도로 색깔 유도선과 LED 바닥신호등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국가 이미지로 알려진 핀란드의 디자인샵 ‘Frankly’는 23개 유럽 국가에서 제공되는 중고 디자인 제품을 스토리텔링을 담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플랫폼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상점으로 280여개 이상의 북유럽 디자인 브랜드를 취급하고, 180개국으로 배송하며 기업의 가치에 부합하는 디자이너와 인플루언서를 발굴하여 모두가 지속가능성과 제품의 순환을 논의할 수 있도록 도시의 경험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뉴욕의 레스토랑 위크는 도시의 요리 문화 보급과 확장을 위해 1992년부터 뉴욕시 주도 하에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할만한 도시 경험 콘텐츠 입니다. 레스토랑 위크는 파머스 마켓, 지속 가능한 먹거리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 관광객 뿐만 아니라 뉴욕에 거주하는 시민들을 위한 콘텐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콘텐츠는 꼭 그 도시에 찾아가거나 거주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의 종로, 을지로에서 시작해서 군산, 통영, 강릉, 제주 등 매력적인 도시의 콘텐츠를 발굴하는 ‘소도시(so.dosi)’, 정체된 공간에 다시금 생명력을 불어넣은 인천 개항로 프로젝트와 개항로 맥주의 상품화 사례는 도시의 메시지를 외부로 전달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도시와 지역의 매력과 아이덴티티를 알리는 감성적인 제품들을 만들거나 콘텐츠를 제작하는 활동은 한두 명의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지역의 콘텐츠 발굴에서 제조/유통 및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관련된 여러 팀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한데 모으고 함께 움직여야 파급력을 가지고 지속될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도시브랜드를 위한 노력

우리가 도시의 브랜드를 정립하기 위해서 공통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프로세스가 있습니다.

우선 ‘우리는 누구이며 도시의 어떤 가치를 말하고 싶은 것인가?’와 관계된 근본적인 질문들에 답을 구하고 도시가 말하고자 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문제 정의의 방향성과 복합적 경험에 대한 정의가 선행되어야 대안과 컨셉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도시의 진화를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모든 브랜드는 생애주기 전반에서 건강하게 살기 위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생명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병을 얻을 수 있고 상상하지 못했던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누가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에 따라 소생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문제 정의와 판단 및 실천의 과정에서 포용적가치에 대한 공감과 전략적 판단, 관여 주체의 의지치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도시는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다양하게 연결된 관계 안에 존재하므로, 물리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메타버스를 넘나드는 다양한 가능성을 상상하며 ‘성숙한 도시’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한국은 높은 수준의 디자인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성숙한 디자인을 하고 있었을까?’, ‘우리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을까?’ 라고 자문해보았을 때 공통의 목적과 목표에 대한 모두의 공감, 토론과 합의, 합리적인 의사결정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도시의 에너지, 공기의 온도, 이야기의 스펙트럼, 구성원들이 주는 경험과 배려의 힘이 성숙한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도시가 자산과 잠재가치를 존중하면서 자연스러운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과 변화가 필요한 것,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윤활유 역할을 수행하거나 아이디어를 가시화하는 전문가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개인과 기업, 학교 등 모든 사람들이 도시브랜드와 도시의 경험 디자인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될 수 있기에 공동의 목표에 대해 공감하고 공유하며 실천할 수 있는 구성원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이는 곧 시민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도시브랜드에 대한 내재화가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어떤 도시를 만들어야 할까?

도시의 시대가 과열화되고 있습니다. UN은 경제·사회 기관과 공동으로 세계 도시 인구를 추계한 결과 오는 2050년에는 세계인구의 68%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모두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더 나은 도시화가 아닌 지속가능한 도시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도시와 시민, 사회의 긍정적 관계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다양성을 존중 받을 수 있는 분위기 형성, 브랜드 리더십과 시민의식 등 모두의 진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울은 주체와 객체의 복합성을 가진, 오랜 시간의 결을 머금은 장소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모두 주목하는 이 도시 브랜드에서 우리는 어떤 관계를 만들고 어떤 인게이지먼트를 형성할 수 있을지, 디자이너 또는 시민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최근 브랜드 업계에서는 브랜드를 만드는 주체와 의도, 그리고 얼만큼의 진심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우리 또한 누가 어떤 의도로 얼마만큼의 진심을 다해 이 도시를 만들어 갈 것인지, 지금 이 시점에 어떤 새로운 시작점을 만들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해보고 고민해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살고 싶은가요?

우리는 어떤 도시를, 어떤 서울을 만들 수 있을까요?

우리의 서울이 지속가능할 수 있으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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