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콘텐츠는 2022 서울디자인국제포럼 2차사전포럼에서 발제된 내용을 요약 및 편집하여 발표자의 사전 동의를 얻은 후 게재되었습니다.
본 발제는 2012년부터 서울시 생활안심디자인 사업의 자문위원과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온 경험을 기반으로 생활안심디자인의 향후 과제와 발전방향을 제언하고자 합니다.
CPTED분야의 저명한 학자이자 방어적 공간(Defensible Space, 1972)의 저자인 오스카 뉴먼(Oscar Newman)은 생활 속 물리적 디자인의 활용이 시민들의 진정한 자유와 안전이 보장되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고, 미국의 7대 부통령 칼훈(John Caldwell. Calhoun)은 국가와 도시는 시민의 안전과 자유를 지켜야 하며 특히 안전에 좀 더 많은 관심과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10년간 시행되어 온 서울시의 생활안심디자인 사업의 정당성을 의미하며 지속적인 사업 추진 필요성의 근거가 됩니다.
생활안심디자인은 범죄자들의 관점에서 범죄의 기회를 없애고, 시민의 관점에서는 생활 환경속에 존재하는 범죄 두려움을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디자인의 안전성과 기능성을 수단으로 사전 범죄 예방, 낙후된 도심 개선, 주민 참여, 해체된 공동체의 복원,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다섯 가지의 주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생활안심디자인 사업이 구현하고자 하는 목표들은 앞서 인용했던 시민들의 안심과 안전, 자유의 측면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 추진 과정의 변화 시도
서울시 생활안심디자인 사업은 시민들의 안전 증진을 위해 전문가와 서울시, 주민, 시행업체, 자치단체, 경찰 등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모여서 다양한 형태의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 결과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도 많은 변화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로 사업에 참여하는 구성원이 확대되었습니다. 생활안심디자인 사업은 범죄와 환경에 대한 복합적인 분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하나의 부서에서 독립적으로 추진할 수 없습니다. 이에 서울시와 자치단체, 경찰, 그리고 대상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여 지역의 안전을 증진시킬 수 있는 효과성을 논의하였고, 실질적으로 더 나은 결과들이 도출되면서 참여 구성원의 범위가 점차 확대될 수 있었습니다.
경찰의 역할에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특히 2022년 국가 경찰과 자치 경찰 체제가 공존하는 형태로 경찰 제도가 변화하면서 그 동안 각 기초자치단체에서 주도해 왔던 생활안심디자인 사업의 분야들을 자치 경찰 위원회와 공동으로 이끌어 가게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경찰관들이 일정한 지역을 대상으로 과거 발생했던 범죄 건수를 조회하는 역할만을 수행했으나 점차 문제를 분석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사례가 증가하였고, 사업 계획에 따른 지역 선정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그 역할이 강화되었습니다.
사업 추진 과정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과정에서 주민들과 커뮤니티의 역할 또한 확대되었습니다. 공청회를 통해 일반 주민들과 소통했던 초기의 형태에서 확장하여 주민 협의회와 논의를 진행하였고, 주민들이 직접 사업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현황 조사 단계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주민 참여의 비율을 확대하였습니다. 이러한 주민들의 역할과 참여는 향후 지속적으로 확대될 필요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2. 맞춤형 솔루션 제공
생활안심디자인 사업이 추진되는 도시 내 지역들은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을 도출하고자 하였습니다. 인구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여성과 아동, 노인, 외국인, 1인가구 등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들을 고려하였고, 공간적인 측면에서는 주거지역, 공원, 학교, 시장, 통행로 등을 사업 대상지로 선정하여 범죄 위험성과 두려움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 왔습니다. 이처럼 맞춤형 솔루션을 도출하고자 했던 시도는 주로 범죄 취약 주거지역 중심으로 제한되었던 생활안심디자인 사업 대상지를 생활 환경 전반에 걸친 다양한 공간으로 확장하였습니다.
3. 평가 및 기록
서울시 생활안심디자인 사업의 결과물들은 국내 지자체로 확산되어 지역별 다수의 관련 사업을 촉발하였습니다. 유사한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의 생활안심디자인 사업은 평가와 기록의 과정에서 다른 자치단체와 정책적 차별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업 종료 후 객관적인 연구기관을 통해 사업의 효과성을 평가하고, 사업의 성과를 기록하여 생활안심디자인 종합 가이드라인(2020)을 발간하는 등 서울시가 꾸준히 지속해 온 평가와 기록 활동은 사업의 지속성과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고, 향후 사업 확산의 전제가 될 것입니다.
생활안심(범죄예방) 디자인 사업의 향후 과제
서울시 생활안심디자인 사업의 향후 과제 중 첫 번째는 구성원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사업 초기에는 대부분의 과정이 서울시가 주도하는 형태로 진행되었으나 이후 기초자치단체의 공모를 통해 이를 분산시켰고, 최근에는 자치경찰위원회와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원의 역할이 확장되고, 또 변화하였습니다. 향후에는 좀 더 세밀한 협의를 통해 각 구성원의 역할이 강화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사업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기관을 선정하는 등 전반적인 관리와 평가 및 기록의 영역을 담당한다면, 자치경찰은 범죄분석과 범죄 유발 환경의 조사, 사업 모니터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기초자치단체는 사업 공모 및 디자인 개발, 주민 공청회를 통해 동의를 구하고, 의회는 협의체의 책임 기관으로서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조례를 개정하거나 예산심의 및 결산, 법률적 지원을 담당하며, 주민협의회는 사전조사와 안전지도 제작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사업 진행 과정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함께 점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행사는 대상지역의 환경 조사와 주민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디자인 개발과 시행을 담당하며, 학계 전문가들은 CPTED 기본 계획에 대한 자문활동으로 사업추진 과정의 모니터링과 평가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구성원의 역할 강화에 대한 논의는 향후 사업의 지속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제입니다.
두 번째는 추진 전략의 확대 필요성 입니다. 이는 사업 대상 범위의 확대와 공간 연계 전략 강화의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사업대상 범위는 주로 일반 주거지역과 공원, 학교, 재래시장, 통행로 등에 반복적으로 접근해왔으나, 오늘날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환경의 변화에 따라 도시 공간 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노후 아파트 단지와 지하철역 주변의 상가 밀집 지역, 대중교통 시설 등으로 폭 넓게 접근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또한, 점(spot) 단위로 일정한 위치에 시설물을 설치해두는 방식보다는 공간의 단위로 디자인 적용 범위를 확대하여 서로 연계하는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업의 과정과 성과를 기록한 가이드라인의 활용 범위를 확산시켜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울시의 생활안심디자인 종합 가이드라인은 지난 10년간 사업 성과의 좋은 사례들이 상세하게 담겨 있습니다. 경찰청 및 시도자치단체에서 이를 참고하거나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확산이 이루어진다면 추후 독자적인 법률 제정이나 제도적 지원, 국가적 표준화 등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발제를 마무리하며, 생활안심디자인의 디자인 컨셉은 대상 지역에 어울릴 수 있어야 하고, 활용성이 중시되어야 하며 지속적이면서 통일감을 형성해야 한다는 개인적인 소회를 정리해봅니다. 또한, 자치단체와 자치경찰, 지역사회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여 사업대상지역을 선정하고 지역의 범죄 및 안전문제를 발굴하여 분석하여 해결책을 도출하는데 경찰의 CPO(Crime Prevention Officer)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범죄와 두려움, 무질서의 현황과 개선 요구사항에 대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니즈를 파악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등 지역주민들이 중심이 되는 디자인 사업으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