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콘텐츠는 2015 유니버설디자인 국제세미나에서 발제된 내용을 요약 및 편집하여 발표자의 사전 동의를 얻은 후 게재되었습니다.


발표자: 심동섭 (서울특별시 디자인정책과장)



오늘날 우리가 공유하는 도시 디자인의 개념은 조선시대에서 무학 대사가 이성계와 함께 한양 땅을 바라보며 당시 사회의 철학인 음양오행설을 적용해 도시를 계획했던 것에서 그 시작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작된 도시 디자인의 흔적은 현대로 접어들며 과거와 현재가 접목된 하나의 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했고, 우리는 도심 곳곳에서 자연과 고궁, 성벽 등 과거 도시디자인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주변의 도시 경관은 일부 과거에만 머무르고 있거나, 현대적 아름다움만을 지닌 편향된 모습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삭막한 빌딩숲을 조성하고 있는 잘못된 사례도 공존하고 있다. 도시는 다양한 주체가 함께 살아가는 장소인 만큼 디자인의 주체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 나가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 즉 도시의 실제 ‘사용자들’이다. ‘도시 사용자를 위해 무엇을 고려했는가?’ 라는 물음에서부터 도시 디자인의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모두가 똑같이 도시를 느끼고 있을까?


도시 디자인이 사람을 위해 무엇을 고려했는가에 대한 물음 앞에 선결되어야 하는 질문이 있다. 바로 ‘모두가 도시를 똑같이 느끼고 있을까?’ 라는 질문이다. 유모차나 무거운 짐으로 계단을 어렵게 오르내리는 사람들도 있고, 일반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버스일지라도 휠체어를 탄 사용자에게는 힘겨울 수 있으며 가정 내에서도 얼마든지 이런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다. 어린아이, 임산부, 장애인, 고령자 등 사용자에 따라 도시를 체감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각 사용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의 디자인이 적용되었을 때 비로소 도시가 변화하기 시작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최초로 주창한 로널드 메이스는 “우리 사회의 디자이너들은 모든 사람들이 ‘정상’이라는 조건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정상’은 완벽하고, 무엇인가를 할 수 있고, 능숙하고, 독립적으로 여겨지는 의미인데, 이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다.” 라고 말하며 왜 모든 사람이 같다고 생각하며 디자인을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사용자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고, 사용자에 관한 시야를 넓게 가져 진정으로 사람과 도시를 위해 디자인 하는 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의 정신이라고 언급하였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도시에 인본주의를 더하는 것"

이 정신을 이어받아 서울시 디자인 정책과에서는 사용자를 새롭게 정의하고, ‘유니버설 디자인은 도시에 인본주의를 더하는 것’이라는 명제와 우리나라의 민본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관련 정책을 계획하게 되었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유니버설 디자인을 정책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대상으로 하는 주된 시설이 복지시설이었으므로 복지시설 디자인가이드라인 24종을 개발했으며 해당 개발내용을 주제로 컨설팅을 진행했다. 컨설팅의 결과는 국제세미나, 전시회 등을 통해 공유하였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 창의・인성 교육을 실시했으며 이후 공간 영역으로의 확장을 위해 공공 공간의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을 시도하였다. 홍보 동영상을 제작하여 지속적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을 알리고 있다.


[복지시설 유형별 디자인가이드라인 24종]
서울시는 우리 사회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의 적용이 가장 시급한 복지 분야부터 시작하여 2010년도에는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디자인 솔루션 개발을 진행했다. 건강한 삶을 돕는 활동 공간 및 눈높이에 맞는 보육실을 가이드라인에 추가해 사용자를 배려했고, 2011년에는 노인 시설 위주로 유니버설 디자인 솔루션 개발을 진행하였으며 휠체어 사용자의 활동을 고려한 다목적 공간, 침대 위 시야에 맞는 창호 등을 추가했다. 2012년도에는 장애인과 노숙인 시설에 소통을 돕는 가변형 공용공간, 층별 안내사인을 범주에 포함시켰고, 2013년도에는 여성과 아동보호시설을 진행해 집과 같은 편안한 분위기와 함께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엘리베이터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개발하였다. 어린이부터 노인, 노숙인 및 장애인, 그리고 여성까지 사용자 대상을 확대하여 복지와 디자인을 통해 이들의 실질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했다. 

 

[복지시설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컨설팅 32개 기관]
서울시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반포 어린이집, 면목노인복지센터, 마포노인복지센터 등 32개 기관의 기획 설계 및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공간에서는 디자인 분야를 생소하게 느끼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분들을 위해 전문가가 직접 찾아가 보고, 느낀 뒤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총 32개 기관에서 이와 같이 사용자의 요구와 감성을 최대한 존중하여 시설기능을 보강하는 과정을 실시하고 있다.


 
[공공공간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7개 아이템]


서울시는 2015년 시범사업으로 노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종로 탑골공원에서 유니버설 디자인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이용자들과 전문가들이 함께 현장을 둘러보며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한 뒤 발전시켜 배포하였다. 이 과정에서 도출된 7가지의 아이템은 먼저 즐거울 락(樂)과 기쁠 희(嬉)를 합친 ‘락희거리’, 노인들에게 친절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상냥한 가게’,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 대여, 방향과 동선에 대한  즉각적인 인지를 위한 어르신 이정표와 간편매뉴얼 제작,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 화장실과 비상상황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심장응급소로 구성되어 있다.

[찾아가는 유니버설디자인 인성, 창의교육 25개 학교]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어린이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불편을 겪고 있는 사용자의 입장을 직접 체험한 뒤 창의적으로 사용자에게 필요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만들어보는 수업을 진행했다. 총 3시간으로 이루어진 수업에서 어린이들은 유니버설 디자이너가 되어 각자의 아이디어를 실현한 제품들을 완성하였다. 노년층이 치약을 끝까지 쓰기 어렵다는 점에서 착안해 스프레이형 치약을 디자인하거나, 샤프심의 원리를 적용해 자신의 키에 맞도록 지팡이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샤프 지팡이, 늘어났다 줄어드는 줄자의 모습에서 착안된 줄자 줄넘기, 신발끈이 자주 풀리는 것을 방지하는 자석 신발끈 등 재미있는 결과물들이 도출되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참신함과 창의력을 발휘한 이 수업은 이해와 체험, 실습을 통해 아이들의 인성을 함양하고 창의력을 길러주며 디자인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교육 재참여 의사는 88.5%로 높은 만족도를 보여주었으며 교사 또한 100%의 재참여 의사를 밝혀 이 유니버설디자인 교육은 학생과 교사 모두 만족하는 미래를 위한 교육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 유니버설 디자인 서울 미래전략 ; 더 나은 삶을 위한 서울시의 미래 비전


유니버설 디자인 도시 서울과 더 나은 삶을 위한 서울시의 비전에 부합하는 미래 트렌드는 사회적 약자의 요구와 고민을 포용할 수 있는 공존과 공감, 환경 위기에 대응하는 에너지 기술 융합과 자연 친화적 테마의 ‘환경 극복’,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액티브 시니어와 1인 가구를 위한 ‘개인 맞춤’, 실버 세대의 사회 참여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커뮤니티 등 네트워크를 위한 ‘초연결’의 키워드로 추출되었고 서울의 미래는 이와 맥락을 함께하는 디자인을 필요로 함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유니버설디자인 서울 마스터플랜을 추진 중에 있다. 먼저 유니버설디자인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유니버설디자인의 산업과 체제가 육성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현재 단기적으로는 실태 조사와 개별 사업계획을 수립 중에 있으며 상단 표에 나타난 내용과 같이 유니버설 디자인의 장기적 종합 계획을 수립해 갈 예정이며, 제도적 기반의 마련을 위해 조례를 제정하고 추진하는 등의 전담기구를 구축해가고 있다. 또한 디자인 박람회나 어워드를 개최하고 유니버설 디자인 제품의 생산을 지원하거나, 유니버설 디자인 교육을 통해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유니버설 디자인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것에도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대다수가 아닌 모두를 위한 디자인, 서울시는 향후 유니버설 디자인과 함께 누구에게나 편한 도시 공간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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