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ising our Cities : 우리가 도시에서 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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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sing our Cities : 우리가 도시에서 바라는 것
_ 토마스 헤더윅, 헤더윅 스튜디오 설립자
저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그리고 건축물에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상 아주 흥미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있습니다. 선택을 한다면 아주 흥미로운 전환을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개발사 혹은 건축가들의 힘만으로는 이러한 전환을 이뤄낼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건물 그리고 건축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만 변화를 꾀할 수 있습니다.
도시를 거닐다
이제 여러분들에게 한번 상상해 보라고 권유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도시를 거닐 때 어떤 경험을 하나요? 어떤 기분이 드나요? 예전에 어떤 새로운 도시를 방문할 때면 무척 놀라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너무 개성이 없었기 때문이죠. 어떻게 보면 도시 공간 전체에 어떤 지루함이 전염병처럼 퍼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건축이나 건물 안의 이야기보다는 공공의 장소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이 공공의 장소는 사실 지금 자동차들이 점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가 좀 줄어들고 자동차 대신 우리가 그곳에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떤 감정과 정서가 우리 내면에 흐르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건물이나 건축에 대해 생각할 때는 보통 어떤 ‘정서’를 특별히 이야기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그래서 건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학자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그래서 도시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에서는 ‘즐거움’과 같은, 정서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에게 아마도 도시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중 어느 곳을 가고 싶은지를 물으면 대부분 구시가지라고 대답할 겁니다. 사람들은 더 똑똑해지고 사회도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150년 전, 빅토리아 시대 여성을 만나 위성과 비행기, 휴대전화를 보여주면 엄청 놀라워할 거예요. 하지만 지금 우리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여성은 ‘도대체 도시가 어떻게 된 거예요?’‘왜 이렇게 망가졌죠?’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도시가 있다면 이런 구시가지를 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되었죠? 왜 도시의 건물은 이렇게 다 평면적이 되었으며, 건물들의 울퉁불퉁한 면은 어디 갔죠? 어떤 이유로 도시의 건물들은 다 이렇게 천편일률적일까요? 그리고 왜 우리는 이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해왔을까요? 이 모습이 과연 시민과 사회에도 바람직할까요?
우리는 지금 너무 건물 내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건물 내부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반면 건물의 외부에서 경험하는 사람들은 수천 명에 달할 것입니다. 그래서 건물도 우리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고 또 반대로 우리에게 무언가를 가져갈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건물이 우리에게 어떤 경험을 앗아가는 존재가 되었죠.
건물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지금 우리에게 기회가 있습니다. 이것을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죠. 오늘 제가 재기한 이 주제는 단순한 미학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보기 좋은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여러 가지 연구 결과에서도 과학적 근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이런 건물들은 실제로 정신 건강에도 해롭고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결과죠. 이런 환경에 있으면 치유를 하는 데 더 오래 걸리고 범죄율이 올라가며 반사회적인 행동도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애정을 갖지 못하는 공간, 시각적으로 흥미롭지 않은 공간이 치명적인 결과를 만드는 것이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현재의 기후 변화는 심각합니다. 그에 비해 저의 이야기가 기후변화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모두 연결이 되어 있죠. 항공 업계를 한번 살펴볼까요? 전 세계적으로 비행기를 많이 타면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게 됩니다. 이는 환경을 저해하고 그러다 보니 비행기를 타는 것이 친환경적으로 옳은 일인지 아닌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2019년 기준 항공업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체의 2.1%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건설업계는 항공업계의 15배에 달하는 38%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공적 담론은 일어나고 있지 않죠. 그 이유는 건물에 대한 애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서적인 어떤 교감이 없기 때문이죠. 영국에서는 상업 건물의 평균 연식이 40년입니다. 만약 제가 건물이었다면 저는 13년 전에 사형을 당했겠죠. 미국에서는 매해 10억 제곱피트의 건물들이 철거됩니다. 워싱턴DC 절반에 달하는 규모죠. 건물들을 철거하고 또 다시 새로 짓는, 인간성이 없는 건물인 셈입니다. 그렇다고 새로 만들어지는 건물에 인간성이 부여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도시의 풍경
헤더윅 스튜디오는 현재 문화역서울 284에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벌써 6만여 명이 찾아왔다고 하는데요(9월 기준). 먼저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많은 분들에게 우리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이를 통해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그 전시회에는 관람객의 의견을 묻는 섹션이 있었습니다. 사실 건물을 짓다 보면 건물을 짓는 사람들하고 주로 이야기하고 건물을 실제로 만드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아 상을 받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우리는 이 전시회를 통해 전문가 집단이 아니라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우리가 올린 질문에 수천 개의 답변이 달렸는데요. 그 답변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중 ‘그냥 지나쳐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좋은 건물은 어떤 건물인가요?’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역사와 이야기가 공존하는 장소’라고 답변했죠. 또 자연과 연결되어 있는 건물이라는 대답도 많았습니다. 제가 앞에서 설명드린 건물들은 역사도, 스토리도, 자연과의 연결도 볼 수가 없죠.
또 다른 질문을 볼까요? 반대로 ‘지나쳤을 때 기분이 안 좋아지거나 허무해지는 건물은 어떤 건물인가요?’라고 물어봤습니다. 대부분의 답변은 ‘개성이 없는 건물’이라는 답변이었어요. 답변자들은 ‘어째서 모든 건물은 회색이고 심각해야 되고 즐거움이 없어야 하는지, 왜 우리 사회는 비싸게 올린 건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어째서 40년 후에 아무 거리낌 없이 철거할 수 있는 건물을 짓고 있는지’를 오히려 궁금해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상업 건물의 연식은 30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일본은 한때 평균 연식이 20년이었던 적도 있죠. 결국 이러한 건물을 철거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양도 어마어마하고 다시 새로운 건물을 짓는 데 들어가는 자원도 어마어마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기후 변화와도 연결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오늘 포럼의 주제인 휴머나이징 시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지난 5년 동안 헤더윅 스튜디오에서는 과연 도시를 진정한 의미에서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를 고심해 왔습니다. 스튜디오에서 건물 프로젝트를 해오면서 그런 작업이 도시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한 달 뒤에 출판될 헤더윅 스튜디오의 책 ‘휴머나이즈’에도 이 과정이 담겨 있어요(책 홍보는 아닙니다만).
휴머나이징 시티
우리는 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정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우리가 왜 밖을 나가는가’를요. 그건 바로 정서와 감정 때문입니다. 수백, 수천 년 전의 건물에는 장인정신, 아이디어와 지성 그리고 감성과 정서가 연결이 되어 있는 느낌이 있죠. 그래서 사람들이 이러한 건축물은 개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물론 저는 예전의 방식대로 예전의 건물들만 짓자고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결성을 건물에 부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헤더윅 스튜디오에서 가지고 온 디자인북의 일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휴먼 아이즈(human eyes) 규칙입니다. 건물은 내가 지나가는 동안만이라도 관심과 이목을 끌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사실 지금 여러분들이 지나다니는 수많은 건물들은 굳이 볼 필요가 없는 건물들입니다. 신경과학적으로도 스트레스가 유발된다고 하니까요. 인간의 뇌는 자연 속에서 진화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복잡성을 원하죠.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바라본다거나 불을 바라보고 있으면 주의력이 다시 향상된다고 합니다. 뇌가 그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복잡성을 빼앗는다면, 그래서 알루미늄이나 유리로만 된 단면만 계속 보게 된다면 뇌가 연결할 매개체를 찾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과거를 모방하고 반복하지 않으면서 복잡성을 부여하고, 보다 나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가장 많은 사람들하고 연결될 수 있는 건물을 지을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기업이 대규모의 본사 건물을 지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1000명 정도의 사람이 그 건물을 경험하죠. 그런데 20년이 지나면 그 건물은 그 주위에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도시의 배경이 됩니다. 그래서 헤더윅 스튜디오는 원칙이 있습니다. 우리는 건물을 세 개의 다른 거리에서 바라보고 평가합니다. 첫째는 이 도시의 거리에서 바라봤을 때 도시 전체적인 풍경에서 관심을 끌 수 있는지, 두 번째는 길 건너편에서 봤을 때 그리고 세 번째는 문 앞에서 봤을 때 흥미로운가 입니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학 러닝 허브
20여 년 전 디지털 혁명 이후에 처음으로 이 캠퍼스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인데요. 57개의 강의실이 있는 러닝 허브를 짓는 것이었죠. 우리가 이 프로젝트에 대해 가장 처음 한 질문은 ‘왜 굳이 이 공간에 갈까?’였습니다. 특히 요즘은 온라인으로 학위를 딸 수 있는데 굳이 이 공간에 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서 시작했죠. 결국 우리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이런 공간을 굳이 갑니다. 우리가 요청받은 또 하나의 요청은 24시간 운영하고 오픈되어 있는 건물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보안이나 안전 문제를 더욱 고려해야 하죠. 이런 건물에 안심하고 자녀를 보낼 수 있겠는가의 문제요. 무엇보다 선생님이 앞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주종 관계가 부각되는 강의실을 원치 않았습니다. 쓰임이 애매한 코너도 가능한 배제하고 싶었죠. 그래서 둥근 원형의 강의실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일부러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배치했습니다. 가장 효율적인 소통과 학습은 의외로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나기 때문이죠. 외형적으로는 1920년대 모더니즘 사고를 바탕으로 한 1980년대 건물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건물은 총 12개이고, 열대기후의 특성을 반영해 문을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사용자는 이 건물 안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죠. 무엇보다 우리는 주변과는 다른, 색다른 건물을 만들고 싶었고, 동시에 새로운 학습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교실은 주종 관계가 아닌 협업의 공간으로, 호기심을 유발하면서도 뭔가 따뜻하고 환대받는 느낌의 공간을 만들 수 있었죠. 특이한 건 이 건물은 뒷편이 없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어떤 각도에서 바라봐도 오픈되어 있는, 개방감이 있죠. 또한 자연요소를 많이 담아냈어요. 거리에서 바라봤을 때에도 따뜻함을 전달하고 들어가보고 싶은 느낌이 들도록요.
물론 프로젝트가 완벽하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의 예산은 무척 적었죠. 거기에 싱가포르는 환경 관련 규제가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그러기에 이 두 가지 상황을 고려해 콘크리트 사용을 고려했습니다. 사실 콘크리트로 만든 건물은 생기 없고 죽어 있는 건물을 떠올리게 되죠. 심지어 고품질의 콘크리트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콘크리트를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고, 일본과 한국의 도자기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몰드를 만들고 각 패널에 이 몰드를 적용했죠. 어떻게 보면 콘크리트 표면에 질감을 주었던 겁니다. 그 결과 손으로 빚은 듯한 형상이 탄생했습니다. 일반적인 대학 건물이라기보다는 마치 극장 같은 느낌을 주죠. 그리고 이곳에는 에어컨 없이 자연 환기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12개의 집적된 건물 사이사이로 공기가 환기되는 것이죠. 여기에는 실내와 실외 공간을 모호하게 만든 것도 한 몫 했습니다. 무엇보다 건물의 성격을 고민하며 자재와 예산을 고려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개성이 드러나죠. 몰드에 굴곡을 주어 만든 울퉁불퉁한 콘크리트 기둥이나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700여 개의 잉크드로잉을 활용한 콘크리트 벽면도 그런 개성입니다. 이 방식은 저렴한 콘크리트를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기포나 돌덩어리, 얼룩을 숨기는 효과적인 디자인 요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무척 입체적인 건물이 되기도 했고요. 사실 산업혁명 시대를 거치면서 모든 건물들은 평면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형태가 기능을 쫓아간다고도 하죠. 그 또한 좋습니다. 그렇지만 감성 또한 하나의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감정을 유발할까요? 사실 건물이 사람들의 감정을 유발하지 않는다면 이 건물과 감정적인 연결을 할 수 없습니다.
홍콩 퍼시픽 플레이스 리노베이션
퍼시픽 플레이스는 매우 큰 쇼핑몰입니다. 당시 20년 정도가 된 이곳은 철거를 할 수도, 새로운 건물을 지을 수도 없었죠. ‘휴머나이즈’ 관점에서 본 퍼시픽 플레이스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잘 만든 건물이었습니다. 거기에서 우리는 포디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쇼핑몰에서 생길 수 있는 감정에 대해서요. 엘리베이터, 화장실, 표지판, 페이빙 등 여러 요소들을 통해 어떻게 사람들의 감정을 유발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입체감을 고려하고자 했죠. 이곳에는 원래 어퍼하우스라는 호텔이 있었는데, 그래서 지금 보시면은 여기에는 어퍼하우스라는 그런 호텔이 있었는데요. 우리는 채광을 위해 둔 유리 피라미드를 없애고 공공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어요. 유리를 일곱 겹, 12cm 정도 두께의 유리 뒤에서 사람들이 걸어다닐 수 있도록 했고, 날씨나 화재에 견딜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세라믹 프린트 공법을 적용했고요, 어떻게 보면 얼어 있는 호수에 갇혀 있는 느낌을 받는 것이죠. 그리고 에스컬레이터의 손잡이 그리고 쇼핑몰의 핸드레일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성적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건물을 보면 대부분 핸드레일이 있죠. 그런데 이 핸드레일이 에스컬레이터 부분에서 만나면 당황하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이 쇼핑몰의 핸드레일과 에스컬레이터의 핸드레일이 항상 충돌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이 두 요소를 차라리 만나게 해주면 어떨까 생각했고, 목재 핸드레일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나가 안으로 사라지면서 다른 핸드레일이 뽑아져 나오는 것 같은 형태가 나온 것이죠. 엘리베이터 또한 연결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바꾸었고요. 우리가 건물을 이용할 때 ‘촉각’적 경험을 하게 되는 곳이 엘리베이터라는 점을 생각해 엘리베이터 버튼도 디자인했습니다. 가장 가성비가 좋은 이 엘리베이터 버튼이 기억에 남네요. 그건 제가 직접 만졌기 때문입니다.
이곳의 화장실 역시 변화를 꾀했는데요, 화장실은 중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의 화장실 은 사각형이 많았고, 또 경직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대부분 화장실 공간을 세심하게 디자인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화장실을 상징적인 공간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했고, 그러다 보니 곡선이 있는 공간 그리고 철을 쓰지 않는 공간으로 만들자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러면 특히 경첩 사용에 문제가 생기죠. 그래서 우리는 경첩까지 새로 디자인하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3개월의 연구를 거쳐 이렇게 둥근 목재로 된 화장실 큐피클을 만들 수 있었지요. 그래서 경첩을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보면 벽 자체가 곡선으로 구부러져 들어가는 듯 하게 디자인했습니다. 하나의 나무로 하나의 문을 만든 것이죠.
또 하나 우리가 매우 신경쓰는 디테일은 바로 접근성에 관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커브는 휠체어 이동 등을 고려해 깎아버리죠. 규제를 따라야 하기에 고민이 필요한데, 우리는 카펫을 내놓는 것처럼 잘라내지 않고 카펫을 굴린 것 같은 형상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이런 디자인은 사용자가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해도 느낍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축적되면 사람들은 그 공간에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도쿄 모리빌딩
헤더윅 스튜디오의 계획은 하나의 타워를 세우고 이 부지에 어떤 공공의 장소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건물보다는 지구로, 자연으로 연결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정원이 굉장히 유명하죠. 그래서 이 자연을 활용해 도심에서 훨씬 더 많은 녹지 공간을 만드는 것에도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래서 디자인을 통해 자연과 건물과 공간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하고자 했습니다. 건물 안에는 학교, 절, 크고 작은 규모의 파빌리온, 공원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공간이 들어섰습니다. 이는 커다란 건물과 인간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고민으로 시작된 것이죠. 한 지점에 보이는 그리드는 작고 낮게 느껴지지만 또 다른 자리에서는 그리드가 확장되고 커집니다. 어떻게 보면 파편화 되어있고 끊어져 있는 것 같지만 이 모든 요소 중간에 공공장소와 거리들이 자리합니다. 이를 통해 도쿄의 구시가지에 시각적인 레이어를 구성할 수 있었죠. 저는 도시의 건물에는 사람들 각자가 자신만의 애착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다양성이죠. 그러기 위해 여러 부문에 대한 협업이 필요하고요. 과거와의 협업, 파트너와의 협업 모두요.
M15 프로젝트
350만 평방피트에 달하는 중국 상하이에 있는 예술단지입니다. 부지에 사무소, 주거 공간, 유치원을 등을 포함한 복합 용도였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옆으로 눕힐 수 있을 만큼 큰 규모의 프로젝트입니다. 사실 인간의 체격은 그리 변하지 않았는데 도시 프로젝트들은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요. 그래서 지루하고 영혼 없는 건물들이 많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건물들이 커지다보니 무미건조해지고 영혼이 없게 된 것이죠. 때문에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이 커다란 부지를 대상으로 우리가 어떻게 휴머나이즈된 건물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주어진 예산에서 합리적으로 작업을 해야 했고요. 우리의 휴머나이즈는 1000여개의 기둥이었습니다. 대나무를 생각해보세요. 사실 건축가들에게 많이 요청받는 것들이 바로 건물을 예쁘게 만들어 달라는건데, 대부분의 경우 이런 기둥은 드러나는 걸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이 기둥을 잘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이걸 1000개의 기둥을 휴먼 스케일 관점에서 접근했죠. 그리고 질감과 자연에 좀 더 집중했습니다. 1000개의 기둥에는 각각 적개는 1개, 많게는 3개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여기에서 착안해 프로젝트의 이름인 ‘다우슨트리 1000개의 나무’가 나왔죠. 2년 뒤에 완공 예정인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보면 땅과 연결하며 강을 존중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공간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고, 일부 공간은 재해석하고 일부 공간은 아티스트 협업이 이뤄졌으며 또 일부 공간은 새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시각적으로 복잡한 요소를 가미해 기둥에도 개성을 줬고요.
도시의 진짜 풍경
건설업계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건축에 대해 잘 모르고 그들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평생 건물 안에서 살아갑니다. 그러기에 저는 여러분의 본능과 직관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 살고 있는 환경에 대해 더 많이 주문하고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식을 가지고 도시를 휴머나이즈 해야합니다. 도시를 휴머나이즈 하기 위한 방법에는 재질을 활용할 수 있고 또 여러 데이터를 통해 도시와 사람간의 감성도 파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0월에 헤더윅 스튜디오는 휴머나이즈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은 물론, 여러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해 이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토론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