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붙여두고 싶은 안전컨텐츠 디자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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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자: 심준우 (안전디자인연구소 OSAFE 대표)
사회적으로 안전에 대한 이슈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때는 공교롭게도 실제 주목할만한 안전 사고가 발생하여 미디어를 가득 채울 때이다. 개인이 일상에서 생활 안전에 특히 관심을 가질 때는 주변에 사고가 일어났거나 사고를 당할뻔한 동기부여가 주어질 때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의 형태는 다양해지고 완성도가 높아지는데 비해 과연 우리 사회의 안전콘텐츠는 변화하고 있는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을 가져본다. 안전디자인연구소 ‘오세이프’는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안전할 수 있을까?”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없을까? “
“어쩔 수 없이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오세이프는 디자인 방법론을 기반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선택 받기 위해 눈에 잘 띄고, 재미있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안전콘텐츠 생산과 공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전디자인을 하는 오세이프(OSAFE)
오세이프는 ‘안전 디자인’을 하는 곳이다. 안전 수칙을 좀 더 새롭게, 재미있게 작업해보고 가끔은 자극적으로 접근하기도 하며, 안전에 필요한 정보를 체계적인 인포그래픽으로 구성하기도 한다.
주제에 맞는 새로운 디자인 연구도 열심히 진행하고 있다. 안전 전문가와 인터뷰도 하고 현장의 소리를 듣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안전 매뉴얼 인포그래픽과 전문가 인터뷰, 안전 이슈 등을 매거진으로 엮어 두 달에 한 번 발간하고, 요청에 의해 또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힘 닿는 데까지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오세이프는 2014년도에 처음 안전 매뉴얼을 디자인하고 공유하는 활동을 시작하였고, 2016년에 격월간 매거진으로 전환하여 어느덧 매거진 33호 발간을 준비하고 있는 독립 출판사이기도 하다.
안전과 관련된 콘텐츠를 다루다 보니 어린이 교통안전 캠페인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면서 학교에서 교육도 하고 기관이나 기업들과 협업도 하게 되었다. 내부적으로는 안전과 직결되는 콘텐츠를 디자인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캐릭터를 만들어 공공 디자인에 적용도 해보고, 투표 장려 포스터를 만들어 새벽에 홍대 일대에 부착하여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물론 투표일이 지나고 난 뒤 다시 회수했다. 안전을 기원하는 부적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이는 안전 정보의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는 결과물 중의 하나였다. 오세이프가 자발적으로 이처럼 안전콘텐츠에 대한 디자인을 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안전하게 오래오래 함께 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오세이프의 활동 동기를 비롯하여 안전 콘텐츠를 어떻게 디자인하고 있는지 그 과정을 소개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안전 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왜 안전디자인인가?
디자인 스튜디오를 창업하고 주로 클라이언트의 외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디자인이 사회적,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져보았다.
안전이라는 주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 두 가지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같은 대형 사고를 보면서 생긴 시민으로서 개인적인 동기와 당시 안전 디자인에 대한 사례가 부족했던 점에 대해 디자이너로서 사회적 책임을 통감했기 때문이었다. 디자이너가 가장 잘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 보이는 것을 재해석하여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익숙해서인지, 혹은 재미가 없어서인지 좀처럼 눈길을 가지 않았던 안전 수칙을 나름의 방식으로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상단의 이미지들은 텍스트를 배제하고 일러스트만 보았을 때 상황을 유추하는 재미를 통해 메시지에 한 번 더 관심을 가지도록 화면을 구성하고, 재미나 감성 등과 같이 정량화할 수 없는 부분에서는 모두가 공감해주는 코드를 찾기보다는 콘텐츠 생산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들의 감성에 집중했다. 어쩌면 당연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깜빡 잊을 수도 있는 안전 수칙을 다시 한 번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콘텐츠를 그려나갔다.
안전 수칙 디자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오세이프는 ‘오래 살고 볼 일이다’라는 이름으로 안전 매뉴얼의 브랜드화를 시도하였다. 일상 속에서 꼭 필요한 안전 수칙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문득 ‘안전 매뉴얼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까?’ 라고 자문하게 되었고, 고민 끝에 우리의 생각에 오류가 있었음을 발견하였다. 안전사고를 비롯한 사건들은 다양한 대상과 상황이 주어지는데, 이에 대한 예방과 대응법을 획일화 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시도라고 판단하였다. 해결책을 제시하는 매뉴얼을 제작할 것이 아니라 안전 사고와 사건의 상황에 대해 대상자가 스스로 관심을 갖고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우리는 쉽고 재미있게, 하지만 정확하게 전문성을 입히는 방법으로 매거진 발간을 시작하였다. 단발성으로 진행했던 안전 매뉴얼에 전문가 인터뷰 인포그래픽 등 보다 탄탄한 콘텐츠를 더하고, 두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발간하였다. 이는 내부적으로 지속 가능한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콘텐츠를 아카이빙 (archiving)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외부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전 콘텐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
OSAFE의 디자인 프로세스, 실패 시나리오 만들기
오세이프의 디자인 프로세스 중에는 ‘실패 시나리오 만들기’가 있다. 우리가 진행하는 안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이해관계자, 유사 사례, 설문조사 등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그 중에서 실패의 요인들을 선정하여 최초 목표점과 투입되는 리소스 대응책 등을 내부적으로 재검토하기 위해서이다. 예산 부족, 마케팅 부재, 대외적인 환경 등 오세이프의 안전 콘텐츠가 실패 할만한 요소들은 무궁무진했다. 가장 중요하게 눈여겨봤던 점은 ‘사람들이 왜 안전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라는 문제였다.
크게 세 가지 이유라고 생각했다. 첫째, 너무나도 많은 볼거리가 있는 가운데 안전 콘텐츠는 재미가 없고, 시선을 유도하는 장치도 미비하다. 둘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전 수칙과 사고는 나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사고나 재난이 일어난 뒤에 안전에 관심을 갖는다. 셋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경고성 정보에 대한 회피 본능이 있다. 안전 정보를 접하는 것 자체가 부정적인 생각을 유발하기 때문에 관심을 갖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우리는 ‘재미있게’, ‘구체적으로’, ‘적절한 수위의 자극’을 안전 콘텐츠 디자인 가이드로 수립하였다.
안전 콘텐츠 디자인 가이드 : 재미있게, 구체적으로, 적절한 수위의 자극
‘안전’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떠올릴 수 있는 재난재해, 범죄 등 비교적 무거운 주제에서 벗어나 반려동물과 같이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재와 결합을 시도하였고, 생활과 밀접한 소재를 안전 콘텐츠와 접목하여 표현 및 접근 방법을 확장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이글어낼 수 있는 소재와의 결합 / 생활 소재 접목
두 번째는 안전사고의 잠재적 대상자가 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메시지를 명료하게 표현했다. 배를 타기 전 알아두면 좋은 팁, 겨울 등산 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팁처럼 특정 상황과 행동을 취하기 전에 전달할 수 있는 소소한 안전 메시지를 시각화했다.
세 번째는 적절한 수위의 자극을 조절하는 과정에서는 내부적으로 디자인 되어있는 콘텐츠, 그리고 앞으로 디자인이 될 콘텐츠를 중심으로 내부 가이드를 적용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이에 해당 주제의 메시지가 잘 전달됐는지 확인하고자 지정 배포처, 자문위원 및 내부 팀원들을 대상으로 그 지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린이 교통안전 옐로카드 프로젝트
우리가 생각하는 올바른 행동을 유도하고 대상자가 주체적으로 안전 의식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시각 정보가 주를 이루는 매뉴얼 매거진 콘텐츠와는 다른 형태의 콘텐츠가 필요했다. ‘어린이 교통안전 옐로카드’는 도로 위를 축구장에 비유하여 어린이들이 심판이 되고, 자동차와 보행자들이 올바르게 규칙을 지키고 있는지 살펴보아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캠페인이다. 캠페인의 브랜드 구축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동차가 보행자를 지켜줘야 한다는 수동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생각의 전환을 위해 어린이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메시지를 시각화 했다. 더불어 운전을 하는 어른들도 실수를 할 수 있음과 돌발 상황에 대해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설명하여 아이들과 교통 안전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오세이프의 유튜브 채널에서 ‘어린이 교통안전 엘로카드 캠페인’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매너 프로젝트, ing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매 순간 말로 하기 애매한 상황, 동네마다 규칙이 다를 수 있지만 보편적으로 서로 지켜줬으면 하는 매너가 있다. 매너 프로젝트 아이엔지(Ing)는 이러한 매너에 대한 이야기를 캐릭터를 통해 재미있게 표현한 프로젝트다. 불쾌하거나 당황스러운 순간에 나오는 감탄사 ‘잉?’ 과 함께 매너는 한 번 지키고 마는 것이 아닌 ‘항상 지켜야 하는 진행형’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는 도시 성장과 속도에 맞추어 미처 성장하지 못한 우리의 시민 의식을 사회 규범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곤 한다. 이 프로젝트는 공공 공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비 매너적인 행동을 다루며 올바른 매너 행동을 제시한다. 주로 20대 사회 초년생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황을 새롭게 마주하는 그들의 메시지를 공유하고자 했고, ‘매너’라는 것이 때와 장소, 상대를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필요하듯이 이 콘텐츠 또한 필요한 상황에 적절히 공유되고 적용되어 성숙한 공동체 의식을 가진 사회로 나아가길 소망하는 바람을 담았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의 시도
안전 면역은 우리 생활에 있어 기본적인 권리이면서 행복한 삶에 대한 결정적 요소이다. 그러나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 의무 교육이 끝나고 나면 대부분 안전에 대해 제대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때문에 안전 문화가 바르게 정립되어 사회 구성원들이 올바른 안전 의식을 갖기 위해서는 정보 제공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일회성 콘텐츠의 제작과 배포가 아닌, 주기적 콘텐츠 생산이 필요하고, 쉽게 잊혀질 수 있는 안전 수칙을 재미있는 부적의 형태로 디자인하여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할 수 있도록 굿즈를 제작하였다.
당신의 안전 쇼핑을 기원합니다. 안전 부적 '지름 방지'
오세이프는 평상시에도 곁에 두고 볼 수 있도록 부담스럽지 않은 방법으로 안전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적절한 경각심을 조성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굿즈(Goods) 제작을 통해서 우리가 안전 콘텐츠 제작 시 사용자에 대해 충분히 배려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가능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자 한다.
안전 디자인 콘텐츠 프로젝트
오세이프는 그간의 지속적인 활동으로 어느새 협업 및 대행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안전문화 매거진 ‘오래 살고 볼 일이다.’는 콘텐츠 주제에 맞추어 예산이나 인프라를 지원받기도 하고, 어린이 교통안전 옐로카드 캠페인은 대상자와 지역의 특성에 맞게 조정되어 협업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협업이나 대행처럼 메인이 되는 클라이언트가 있는 프로젝트는 특히 비용과 일정 등 한정된 리소스를 활용하여 결과물을 내야 하는 만큼 효율적인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안전 디자인은 종합적인 컨설팅 역량을 필요로 하는데, 단순히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와 함께 협업하고,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디자인 방법론을 적용하며 의사결정의 과정 결정을 포함한 디자인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결과물은 이러한 프로세스 중에 한 부분이다.
문제 해결 과정으로서 디자인 프로세스가 다양한 만큼 협업의 첫 번째 단계는 어떤 프로세스로 프로젝트를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의 목표를 점검하고 상호 간에 잘 할 수 있는 영역을 분배할 수 있다. 안전을 본업으로 하는 어린이 안전재단과의 프로젝트에서는 안전 정보나 메시지 부분에서만 충분한 상태여서 디자인에 대한 이슈를 주로 만들어갔던 경우도 있었다.
현재 안전에 대한 정보는 한 사람이 온전히 수용하기에 매우 방대한 양의 자료가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정보들의 접근성과 정확성 측면에서는 한 사람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울 정도로 분산되어 있거나 혼재되어 있다. 시민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정부 관련 기관에서 생산하고 공유하는 안전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나 오세이프 역시 안전 디자인 콘텐츠의 체계적인 구축을 위해 차곡차곡 아카이빙(archiving)을 진행하고 있다.
안전 콘텐츠는 미디어와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콘텐츠의 트렌드의 변화에 발맞춰 효과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유쾌하게 전달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이 지속적으로 반복될 때 지식이 의식이 되고, 행동으로 이어져 안전한 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방법은 모두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결국 안전을 향하고 있다. 오세이프는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안전 콘텐츠를 계속 디자인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