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응답하라, '코로나 알리미' - 관찰에서 실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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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자: 최주원(고려대학교 학생)
코로나 알리미는 1월 말,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시작된지 오래 지나지 않았을 무렵, 우리가 배운 프로그래밍 기술로 사회에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 하게 되었다. ‘코로나 알리미’를 개발한 구성원은 모두 같은 프로그래밍 학회를 통해 모인 동기들이다. 학회에서 같이 코딩을 공부했고 여러 서비스들을 실제로 개발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팀원들은 각자 스타트업의 개발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일부 개발자 커뮤니티나 SNS 채팅방을 통해서 ‘코로나 확산 지도’라는 것을 개발하여 배포하는 것을 듣게 되었고 실제로 그러한 사이트가 있다는 홍보물도 많이 보게 되었다.
우리는 먼저 시중에 이미 나와 있는 여러 서비스들을 분석했다. 기존에 출시된 서비스들과 유사하다면 큰 의미가 없기에 기존 서비스를 대상으로 불편한 점과 개선 방향을 생각해 보았다. 또한 단순히 불편한 점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서서 우리가 차별성을 가져갈 수 있는 포지션은 어떤 것이 있을지, 사용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를 정리해 나가면서 서비스의 핵심 가치를 정립해 나갔다.
코로나 알리미 개발 과정
개발을 시작할 당시, 확진자 방문 지역을 보여주는 서비스들이 이미 여럿 출시되어 있었고, 그들은 확진자 방문 지역을 지도에 직접 표시하면서 동선을 이어나가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팬데믹에 대한 실시간 상황을 보여주는 것을 핵심 가치로 잡은 서비스라고 생각되었다. 이 역시 텍스트 데이터를 시각화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아주 유용한 해결책이 되지는 않았다. 문득 ‘사용자들이 실제로 방문하지 않은 그리고 그곳의 위험 여부까지 궁금해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부산에 사는 사람이 서울의 확진자 방문 지역을 보는 것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체적인 정보보다는 개인과 주변의 정보가 우선시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확진자 방문 지역 중심으로 포커스를 맞춘 서비스들은 첫 화면에서 대한민국 전체의 지도를 표시하고 지역을 찾아가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결국 사용자들은 주변 지역의 정보를 보기 위해서 확대를 이어나가면서 해당 지역을 찾아 정보를 확인해야했다. 이러한 과정에 불필요한 번거로움과 문제점이 있다고 인식하였고, 우리는 ‘확진자 방문 지역’을 ‘사용자 위치 중심’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기획하기로 했다.
우리는 사용자에 대한 공감과 관찰의 과정을 통해서 사용자들에게 확실히 도움이 될 수 있는, 꼭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정의해나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몇 가지 가설을 세운 후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습을 관찰해 보았는데, 결국 사용자들은 내 주변의 지역들이 안전한지를 확인하고 싶어했다. 따라서 확진자 방문 지역을 내 주변 위치 기반으로 동작하게끔 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여기서 내 주변은 단순히 내가 있는 현재 위치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려고 하는 곳, 오늘 방문 예정인 목적지 또한 포함하는 정의이다.
우리는 이러한 핵심 가치를 정의하고 추가적으로 어떤 정보들이 필요할지 구체적으로 생각을 해보았다. 단순히 확진자 방문 지역을 표시해 주는 것 이외에 코로나 상황에 맞춘 추가로 필요한 정보들이 어떤 게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추가적인 정보를 무작정 나열하면서 떠올리기보다는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에 집중해서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을 진행하였다.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는 확진자 방문 지역과 동선을 파악하고 방역 전의 방문을 최소화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증상이 있을 때 빠르게 검진을 받아서 초기에 격리를 하는 것이 중요했다. 따라서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거나 접촉 시 코로나 검진이 가능한 선별진료소의 위치를 파악하여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이에 ‘사용자의 현재 위치 중심’과 ‘선별진료소의 위치 제공’, ‘초기 진단’ 이라는 키워드를 정의하였고, 사용자들이 새로운 사용법을 학습하지 않도록 최대한 직관적이고 익숙한 형태의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였다.
서비스를 켜면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동작을 하면서 하단 메뉴바(Footer)에 확진자 방문 지역과 선별 진료소 탭이 있어 각각을 별도로 열람하거나 함께 열람할 수 있다. 상단 검색 창을 통해서 현재 위치뿐만 아니라 목적지 기반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끔 구성했다. 많은 기능을 담은 서비스는 아니었지만 나름 탄탄한 고민들을 바탕으로 정보를 정리하고 핵심 가치를 정리한 결과물이다.
우리는 이러한 방식으로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개발하였고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다. 사실 처음 런칭했던 서비스의 모습은 좀 달랐다. 하단 메뉴바(Footer)의 위치나 아이콘의 불투명도, 웹 데이터 로드 속도 등 많은 부분들이 첫 프로토타입을 개발한 후 지인들에게 먼저 사용해 볼 것을 권유하고 거기서 오는 피드백들을 바탕으로 업데이트했다. 사소한 버튼의 위치나 여러 버그들을 테스트 과정에서 보완하고, 이후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사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여서 학교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홍보를 진행했다. 개발 전반에 걸쳐 우리는 계속 사용자의 입장을 고려하려고 노력했고, 이러한 고민들은 좋은 결과물로 이어졌다. 단순히 데이터를 제공하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데이터 제공의 방법과 사용의 편의성을 고민했던 과정 덕분에 많은 사용자들의 공감을 불러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론칭 이후의 문제점
코로나 알리미는 애초에 수익성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서비스가 아니었다. 그렇기때문에 광고도 추가하지 않았다. 따로 마케팅비를 들여 홍보를 하지도 않았는데 학교 커뮤니티에 올린 글 하나를 시작으로 많은 사람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하루 종일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입소문 전략이 굉장히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사례로, 며칠 만에 500만에 가까운 사용자들이 방문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내 큰 위기를 마주하게 되었다. 슈퍼 감염자였던 31번 확진자 이후에 코로나 상황은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하루에 10명 미만의 확진자가 방문하는 상황이었고 10명이 아무리 많은 곳을 방문한다고 하고 해도 100곳이 넘는 조금 넘는 정도였다. 하지만 슈퍼 감염자 이후 서울 내 거의 모든 지역이 확진자 방문 지역으로 집계되었다. 그리고 국내는 감염자가 방문하는 지역에 대한 방역시스템이 굉장히 잘 갖추어져 있어 방역 완료 이후 이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알리미에서 확진자 방문지역으로 표기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자영업자들에게 영업상의 피해를 끼치게 되었다. 이처럼 코로나 국면의 전환에 맞추어서 우리는 서비스의 본질적인 역할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초반에 생각했던 것보다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서비스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우리로 인하여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좌시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방문 지역을 표시하여 회피를 유도하기 보다는 코로나 예방에 포커스를 맞춰서 서비스를 리뉴얼(renewal)해보자고 생각을 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코로나 예방 측면의 서비스 개발 - 마스크 알리미
코로나 국면의 전환에 맞춰 감염병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던 중에 지하철 역 앞까지 왔다가 마스크를 깜빡한 것을 알고 집에 돌아가거나 편의점을 급하게 찾는 친구의 경험담을 듣고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실제 리서치를 해 본 결과 마스크를 두고 나간 경험으로 번거로움과 당황스러움, 불편함을 느꼈던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전국적으로 마스크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라 마스크 구매에 있어서도 판매와 수급이 원활하게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맞추어 실시간으로 오프라인 마스크 재고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을 기획하였다.
처음에는 배달 어플서비스를 활용하여 편의점 실시간 재고 현황과 관련하여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고자 했다. 코로나 알리미와 마찬가지로 내 주변의 마스크 제공 현황을 집계하여 정보를 제공하였고, 마스크 알리미는 코로나 알리미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았다. 첫 런칭 당시, 마스크에 대한 수량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용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용자들의 피드백이나 로그 분석을 통해서 파악했을 때 판매하고 있는 마스크의 수량이 솔드아웃 된 것을 미리 파악할 수 있어서 헛걸음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큰 편리함을 제공했던 것 같다. 우리의 서비스가 공개 된 후, 정부에서 마스크 재고 관리를 위한 앱 개발과 동시에 공적 마스크 제도를 시행하였다. 공적 마스크 제공 현황 데이터는 오픈api 형태로 제공되어, 마스크 알리미는 과거 편의점 재고 현황만 표시했던 서비스를 공적 마스크 재고 현황 표시로 변경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일련의 서비스 개발 과정을 겪으면서 크게 기술적 어려움과 사회적 어려움에 부딪혔다.
개발을 진행하면서 기술적 측면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바로 데이터의 수집이었다. 정보의 정확도를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면서 파편화된 데이터 수집에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했고, 각 시/도/자치구별 별도로 정보를 발표하다보니 수집하는 과정에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이후 마스크 알리미를 개발할 때에도 정부를 통해 마스크 재고가 공개되기 전에는 직접 배달 업체나 편의점에 연락하여 서비스를 기획했었다. 개인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국가적 차원에서 법적인 문제가 없는 정보는 최대한 공개하고 공유해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실제 사용 유저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겪는 사회적 영향에 대한 책임이었다. 학교 전공 수업에서 가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경험과는 달리 현실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는 누군가에게는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손해를 입힐 수 있었다. 이러한 값진 경험은 앞으로 다수의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디자인이 특정 사용자만을 만족시키려는 목적보다는 더 많은 사용자들을 포용하기 위한 고민을 해야함을 알게 되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디자인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관찰과 공감을 통해서 업데이트를 해나간다면 모두를 만족할 수는 없더라도 가능한 사람들 중에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바구니에 최대한의 사과를 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과 비슷하게 넘쳐서도 너무 안 담아서도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부터 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사소한 것부터 시작한다면 의미 있는 디자인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