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시대 디자인의 방향성 '디자인 씽킹으로 고객과 공감하고 새로운 연결을 디자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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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콘텐츠는 2020 서울디자인국제포럼에서 발제된 내용을 요약 및 편집하여 발표자의 사전 동의를 얻은 후 게재되었습니다.
발표자: 서승교 (IBM iX(디자인 싱킹) 스튜디오 서울 디렉터 및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국제대학 겸임교수)


COVID 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인적으로 연결되어 운영되던 사회시스템은 급격한 정체에 빠지게 되었다. 시민들의 자유롭고 유연하던 일상은 통제되고 제한되었으며 기존의 시스템은 운영의 속도가 현저히 낮아져 이에 대한 시민들의 불편과 고충 또한 증가되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준비할 수도 없었던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사회 구성원들은 단절과 이로 인한 비효율을 돌파하고자 사회의 연결을 촉진시킬 수 있는 임시 장치들을 디자인하고 실행하여 일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시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이러한 연결 방식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뉴노멀 시대와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2020년을 통틀어서 가장 큰 화두가 되는 단어 중 ‘코로나19’를 빼놓을 수 없다. 시민의 대부분이 느끼는 코로나 19의 여파는 일상생활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연결을 단절시키고 이로 인한 경제적, 물리적 피해가 크기 때문에 매우 부정적인 의미로 인식되고 있다. 코로나 19가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은 부분을 살펴보려고 한다.

코로나 19는 마스크 대란을 일으켰다. 감염병 확산 초기에 사재기를 하거나 웃돈 거래가 이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였고 이에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어 요일에 따라 정해진 수량만을 구매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예상치 못한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시민들은 오프라인 중심의 사회 활동이 마비되면서 더욱 큰 혼란을 겪으면서 마스크를 생필품으로 비축하기 시작했고 현재 우리는 마스크 없이는 외출할 수 없는 환경을 당연시 받아들이게 되었다. 


철도를 이용하기 위한 기차역이나 건물 진입 시에 체온을 측정하는 일은 아주 일상적인 절차가 되었다. 측정 장치를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지 않으면 자유로운 출입이나 활동에 제한이 생기는데, 이 또한 과거에는 우리가 경험하지 않았던 제약 사항이었지만 이젠 손을 씻고 체온을 측정하지 않으면 어색하고 불편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마스크 구매를 위해 대기하는 모습과 공공 장소의 체온 측정 장치


식당 출입 시 출입 명부 작성과 거리두기 좌석들


식당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이제 식사를 위해 방문하는 식당 입구에서 출입 명부를 작성하거나 QR을 이용해서 자신의 방문기록을 남겨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좌석을 편하게 이용할 수 없고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먹으면서 담소를 나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업무 공간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코로나 19의 확산은 우리의 일하는 방식을 급격히 변화시켰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강의실에서 강연을 진행하던 일상은 비대면 조치가 강화됨에 따라 재택의 형태, 온라인 비대면의 형태로 모든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다. 초반에는 인터넷이 연결되는 장소에서 노트북 한 대만 있으면 쉽게 온라인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 경험한 비대면 환경은 오프라인의 환경에서의 업무 효율이나 성과를 내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형 모니터를 추가로 구매하거나 감도가 좋은 마이크를 설치하여 환경을 구축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마치 유튜버나 DJ가 된 것 같은 어색함을 느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익숙해지고 이젠 일상화가 되어 큰 불편함 없이 재택근무를 수행한다. 


코로나로 인해 경험하는 새로운 것들

지금 우리는 모두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기존에 믿어왔던 질서들이 무너지고 단절로 인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코로나 19 감염의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 기사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점점 사망자수가 늘고 있고, 사태의 장기화로 전 세계의 정신적 피로감이 증대되고 있다. 이에 따른 각종 사회문제와 피로감의 분출 형태를 쉽게 목격할 수 있고, 경제적 불확실성을 예측할 수 없어 많은 구성원들이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IMF가 올해 세계 경제 전망치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세계 경제 전망치는 마이너스 4.4%라고 한다. 성장이라고 보기보다는 오히려 둔화에 가깝다고 보여지며 언제 우리가 이 경제 성장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코로나19와 같은 급격한 환경 변화를 극복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준비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사회적 위기 속에서 사회 구성원들은 단절과 이로 인한 비효율을 돌파하고자 사회의 연결을 촉진시킬 수 있는 임시 장치들을 디자인하고 실행하여 일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잘 모르고 경험하지 못했던 원격 수업이나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자가 격리, 혼밥, 재택근무, 홈트, 사회적 거리두기, 언택트, QR 코드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임시적 문제해결책들이 도출되고 널리 확산되었다. 우리는 모두 눈 앞의 불편함이 잠시 해소되기보다는 과거와 같이 자유롭게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생활로 회귀하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이들 솔루션은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을 혁신적인 해결책이라기 보다는 눈앞의 불편함을 해소하거나 대안으로 적용하기에 적합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형태의 솔루션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체인인 아마존에서 아마존 고(amazon go)라는 오프라인 스토어를 열었다. 아마존 고에서의 쇼핑 경험은 QR코드를 통해서 입장하고, 점원이 없는 매장 내에서 언택트 방식으로 IoT 기술과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여 결제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화두가 되고 있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상점의 형태는 코로나 19 이후에 구현되고 있는 사회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형태의 상점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 발전에 의해 우리 주변에 언택트를 앞세운 무인 상점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네 가지 형태의 인류 생활 변화를 예측하였다. 교육, 일하는 방식, 생활 방식, 레저나 휴식에 대한 예측이다. 강의실에 모이지 않는 온라인 수업의 보편화와 고정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방식이 아닌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하여 일할 수 있는 리모트 워킹(remote working), 밀집되는 공간이 줄어듦에 따라 공간 활용에 대한 변화와 휴식 및 레저를 즐기는 것 또한 새로운 공간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을 예측한 바 있다. 

이러한 예측은 사실 코로나 19 확산에 따라 우리가 겪고 있는 생활과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된다. 여기서 중요한 내용은 기술 기반의 이러한 생활 모습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연결이라는 개념에 대해 새롭게 인식해 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방식에 대한 저항

우리가 오늘날 경험하고 있는 이 새로운 연결 방식에 대하여 많은 저항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임시적 해결책들이 기존의 연결과는 다른 형태이기 때문에 제대로 소통할 수 없고 사람들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어르신과 같은 디지털 소외계층은 비대면 환경에서 급격하게 확산된 키오스크의 사용을 비롯하여 생활 전반의 커다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어르신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동물인 사람에게 교류의 단절은 큰 불편함과 고통을 안겨준다. 어떻게 하면 감염의 위험과 저항을 줄이면서 새로운 연결을 디자인할 수 있을까? 그 해결 방법으로 디자인 싱킹을 제안하고자 한다. 


디자인 싱킹과 문제 해결

디자인 싱킹은 다양한 정의와 프로세스들이 존재한다. 디자인 싱킹이란 고객에게 공감하여 니즈를 분석한 후 이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솔루션을 만드는 작업의 반복 과정과 사상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디자인 싱킹이 결과물 도출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디자인 싱킹의 역할을 예시를 통해 설명하면,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라는 작품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라는 작품이 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세계 유수의 시상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는 것인데, 이 작품들이 세계 유수의 시상식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유능한 번역가인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와 달시 파켓(Darcy Paquet)의 힘이 굉장히 컸다고 한다. 디자인 싱킹도 이와 같다. 디자인 싱킹은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서 그들의 어려움과 니즈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공감하는 언어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디자인 싱킹을 통해 어떻게 고객에게 공감할 수 있을까?

디자인 싱킹으로 사용자들과 공감하여 해결책을 도출하는 방법에 대하여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길을 지나다가 휠체어를 타고 가는 시민과 보호자를 목격한 적이 있는데, 조금 특이한 점을 발견하였다. 보호자가 전동 휠체어 뒤의 발판에 올라서서 함께 이동하고 있었는데, 전동 휠체어에는 본래 보호자를 위한 발판이 제작되어 있지 않으나 도보 이동시 속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휠체어와 함께 이동하기 위한 방안으로 별도로 발판을 설치한 것으로 보였다. 디자인 싱킹은 사용자의 현장에서 그들의 언어를 배워서 공감하고 사용자 행동의 원인과 자구책을 찾아 더 나은 방법과 가치를 만드는 일이다. 이런 디자인을 통해서 고객들 시민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례들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 남양주 별내 신도시의 경찰관의 발견과 아이디어 구현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별내는 신도시이기 때문에 교통 인프라가 잘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의 무단횡단 사고가 굉장히 많이 발생해왔다. 노인들의 무단횡단 사고의 빈도에 궁금증을 갖게 된 경찰관은 노인들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그들과 공감하기 위해 노력했다. 새롭게 발견한 점은 젊은 사람들과 달리 어르신들은 이동에 있어서 신체적 부담이 있고, 건널목까지 이동하는것과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조차 굉장히 힘든 일임을 알게 되었다. 노인들은 가능한 이동 시간과 동선을 줄이고자 본능적으로 길을 건넜고 어쩔 수 없는 무단횡단이 사고로 이어지곤 했던 것이다. 이는 사회적 비용이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야기시키기 때문에 이 경찰관은 남양주시와 협의하여 장수 의자라는 해결책을 제안하였다. 건널목의 신호등 옆에 의자를 설치해서 신호가 바뀌기 전까지 노인들이 앉아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기다릴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별내에서 시작된 시도는 주변으로 확산되어 변형된 형태로 각 지자체에 설치되고 있다. 


장수의자 확산 사례 (출처 : 남양주 경찰서, 별내 파출소)


헌혈은 사회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실상 헌혈 활동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유명한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IDEO에서는 미국 적십자사의 의뢰를 받아서 헌혈의 비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했다. 도출한 결과는 진정한 보상을 해야한다는 것으로, 헌혈자가 원하는 가치는 본인의 행동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서 헌혈하기 전, 내가 왜 헌혈을 하는지에 대한 성명서인 ‘Why I give’를 작성하고 이를 헌혈 장소에 전시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시했다. 헌혈자는 재 방문시 이로 인해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출처: IDEO.com


이 모든 해결책과 대안들이 디자인 싱킹을 통해 도출된 결과이다. 디자인은 더 이상 제품의 외형을 개선하는 일이 아니다. 더 나아가 고객의 혁신적인 가치를 디자인하는 일로 재정의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고 공감하고 고객의 니즈를 발굴해야 한다. 고객에게서 얻은 인사이트를 실행할 수 있는 곳에 전달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지속적으로 창의적인 문화를 조성해 가는 활동을 해야한다.


뉴노멀, 새로운 연결을 위한 디자인 원칙

뉴노멀 시대, 새로운 연결을 위해서 어떤 원칙을 수립해야 하는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공감과 창의의 반복이다. 디자인 싱킹을 통해 시민과 공감과 창의를 반복하는 과정은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증상이 아닌 진짜 문제를 발견해야 한다. 고객의 수많은 이야기를 듣지만 이야기들이 단지 증상에 머무는 것들이 많다. 충분히 공감하게 되면 증상이 아닌 문제로 인식할 수 있게 되므로 그들과 공감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사회 문제는 수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이해 충돌이 발생할 수 밖에 없으므로 개인과 공공 가치의 시너지를 확장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는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하고, 다섯 번째는 속도전 보다는 장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지속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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