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션2] 10%와 함께하는 디자인
세션2
“10%와 함께하는 디자인”
김병수 / 주식회사 미션잇 대표
서론
안녕하세요. 마지막 발표를 맡은 미션잇의 김병수입니다.
10%를 위한 디자인이라고 했을 때 저 10%가 누구인가, 어떤 숫자인가에 대해서 궁금하실 텐데, 발표를 끝까지 들어보시면 잘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미션잇 소개
먼저 미션잇에 대해서 짧게 소개를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미션잇은 장애인이나 고연령층 등 그동안 소외되어 있던 사람들의 사용자 경험을 분석하고 사회혁신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디자인 콘텐츠 기업입니다. 저희는 2020년 설립 이래로 400명 이상의 장애인이나 또 고연령층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소외된 사용자들의 경험에 대해서 연구를 해 왔고, 전문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저희가 신체·감각·인지 활동 지원이 필요한 사각지대의 사용자들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저희의 방법론은 물리적인 영역, 즉 접근 가능한 디자인을 만드는 것과 보이지 않는 인식을 변화시키는 일입니다. 아무리 접근 가능하고 좋은 디자인을 이 도시가 갖췄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인식이 그것을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물리적인 디자인과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콘텐츠를 함께 다루는 이유입니다.
여러분은 왜 접근성과 포용성이 중요한 가치인지 알고 계시나요?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10억 명 이상의 인구가 어떤 형태의 장애를 가지고 있고, 이는 전 세계 인구의 약 15%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또한 UN 세계 인구 고령화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 중 60세 이상 인구가 현재의 약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약 260만 명의 장애 당사자들이 있습니다.
(사용자 중심) 디자인
여러분은 디자인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마 여기 앉아 계신 분들이라면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수많은 생각을 해보셨을 것이고, 또 나름의 정의를 가지고 계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디자인에는 사용자가 존재하고 디자인은 사용자를 위한 창작이라는 것입니다. 디자인이라는 단어 안에는 ‘유저 센터드 (사용자 중심)’라는 말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편에는 설계자,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물론 사용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 사람이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물건을 만들게 되지 않는 이상, 설계자와 사용자는 보통 다른 사람입니다. 설계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어떤 ‘경험의 격차’라는 것이 존재하게 됩니다. 그런 경험의 격차란 설계자와 사용자가 서로 다른 삶의 배경과 경험을 지녔기 때문에,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간극을 말합니다. 이런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경험이 기반이 되어 실제 제품을 사용할 때도 어떤 방식의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시각에, 또 어떤 사람은 청각에 더 의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감각에 의존하는 정도가 서로 다르면 설계자와 사용자 사이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됩니다.
경험의 격차는 넓을 수도 있고, 또 좁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험의 격차가 좁아질수록 사용자의 만족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설계자가 사용자의 상황과 맥락을 더 잘 이해할수록 사용자가 진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정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경험의 격차가 아까 보셨던 것처럼 클수록 사용자를 만족시키기가 어렵겠죠. 따라서 설계자의 목표는 경험의 격차를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설계자와 사용자가 같은 시선에 놓이는 것, 즉 서로 동등한 위치에 있을 때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사용자 중심 디자인이 될 것입니다.
참여형 디자인
그런 의미에서 ‘참여형 디자인’은 이 경험의 격차를 줄이는 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참여형 디자인이 저희 미션잇이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사용하는 방법론입니다.
많은 사례를 소개해드릴 수도 있지만, 오늘은 그 방법론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설명 드리기 위해 한 가지 사례만 가져왔습니다. 저희가 2020년 설립 이래로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는데요, 그중 특별히 서울시립미술관과 진행한 프로젝트를 소개 드리고자 합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여기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으니까 꼭 한 번 들러 보시기 바랍니다. ‘센서리 백 (Sensory Bag)’이라는 가방이 있습니다. 아마 아시는 분들도 계시고,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센서리 백은 보통 발달장애가 있는 사용자들을 위해 감각을 보조하는 도구 =입니다. 지금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영국의 V&A 뮤지엄이나 미국의 여러 미술관에서도 이런 센서리 백과 키트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서울시립미술관과 함께 진행한 것은, 미술관 관람 과정에서 감각의 제약을 경험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나 형상 없이, 정말 제로베이스에서 시작됐습니다. 다만 초기 단계부터 실제 가방을 사용할 장애 당사자들을 반드시 제작 과정에 포함시키자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장애 당사자들을 제작 과정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고, 40여 명의 발달장애, 시각장애, 그리고 비장애인 분들과 함께 워크숍을 세 단계로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약 한 달 반 동안 워크숍이 이어졌고, 최종 결과물은 두 달에 걸쳐 완성되었습니다. 핵심은 ‘관찰하고, 토의하고, 피드백을 주는 과정’이었습니다.
첫 번째 워크숍에서는 전시 관람 경험에서 우리가 어떤 제약을 맞닥뜨리고, 또 어떤 점을 해결할 것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사전에 전시 경험을 어떻게 분석할 것인지 기록지를 만들어서 저희 팀이 분석을 했고요. 장애 당사자분들과 또 비장애인 분들과 미술관을 다니면서 경험에 대해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동하고 전시를 관람하면서, 어떻게 전시 경험에서의 제약을 경험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문제들을 우리가 해결해야 할지 분석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떤 제약 상황들이 있을까요? 굉장히 많은 것들이 있지만, 특히 이런 식으로 어두운 상황 속에서 큰 소음이 나는 공간 안에서 자폐성 장애를 가진 한 분이 심리적인 압박을 느끼셨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저시력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은 아무래도 전시를 관람할 때 가까이서 보거나, 혹은 핸드폰으로 확대해서 멀리 있는 글씨를 읽게 되는 경험도 있었습니다. 또한, 촉각적 요소는 어떤 것이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저희가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해 봤습니다. 이렇게 나온 아이디어를 포스트잇에 붙이면서 장애 당사자분들과 비장애인 분들과 함께 아이디어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1차 워크숍 결과, 전시 관람 경험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눴습니다. 이동, 관람, 그리고 소통의 경험입니다. 이동하는 경험에서는 당사자분들이 낯선 공간 안에 들어온 순간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에 이동이라는 경험 자체가 낯선 경험이 된다는 점, 또 전시품을 실제로 관람할 때 사람마다 관람 거리의 차이가 있고, 설명을 이해하는 데 인지력의 차이가 있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또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라, 스태프들과 소통하는 경험이 생기기 때문에 소통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프로젝트 단계에서는 첫 번째 워크숍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빠른 프로토타이핑’ 을 진행하고 테스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차에서 나온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센서리 백에 들어가야 할 구성품을 리스트업 했습니다. 가방부터 쉽게 공간을 찾을 수 있는 안내서, 소통 카드, 활동지, 필담 도구, 헤드셋 등 다양한 물품들을 아이디어 워크숍을 통해 정리했고, 실제로 다양한 프로토타입을 제작했습니다.
소통 카드에 대해서도 논의했고, 특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지도’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시각적으로 보고 경험하는 사람들은 ‘지도’라는 것을 눈으로 보면 되지만,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시각 대신 촉각이라는 감각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이런 촉각적인 지도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촉각 지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빠른 프로토 타이핑을 통해 저희 팀원들이 수작업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장애 당사자분들과 테스트를 했을 때 중요한 키워드들이 나왔습니다. ‘부드러운 촉감’, 자폐성 장애를 가진 분들 중에는 부드럽고 폭신한 촉각적 요소에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벼워야 한다.’ 들고 다니는 데 너무 무거우면 전시 관람에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볍고, 멜 수 있고, 구획이 나뉘어 있으면서도 하나로 모여 있는’ 구조로 컨셉을 잡았습니다. 왜냐하면 구획이 너무 많으면 피곤해지기 때문입니다. 어떤 부분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구역은 나뉘어 있지만 하나로 모여 있는, 그런 키워드를 가지고 디자인을 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모든 가방’을 제가 오늘 들고 왔습니다.
모든 가방
제가 들고 왔는데, 10분 거리의 서울시립미술관에 가시면 언제든지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가방’을 저희가 제작을 했는데요. 실제 어떤 제품인지 좀 더 자세히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모든’이라는 뜻은 영어로 ‘올(ALL)’이라는 뜻입니다. ‘모든 가방’ 안에는 이렇게 다양한 키트들이 들어 있습니다. 빨간색 부분은 심리적 안정을 위한 약간의 촉각 도구입니다. 그리고 이제 헤드셋이 있고, 소통을 위한 카드가 있고, 쉬운 미술관 안내서 그리고 필담 도구, 이런 도구들이 있습니다. 검정색도 있습니다. 검정색은 영문으로 만들어져 있고 영어 해설서가 있기 때문에 여기 오신 연사님들이 꼭 가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검정색과 흰색의 가방 2개가 있고요. 이거를 미술관에서 들고 다니실 수가 있습니다.
원래는 ‘툴박스’라는 개념에서 시작을 했습니다. 미술관을 관람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키트들을 군데군데 포켓에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것들이 나눠져 있으면 안 되니까 이것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프로토타이핑을 거쳐 디자인했습니다. 실제 지금 서울시립미술관에 ‘SeMA L’이라는 공간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립미술관 1층에 들어가시면 이런 식으로 진열되어 있습니다.
제품의 주요 특징은 지금 보시는 것처럼 굉장히 푹신푹신한 소재로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솜을 ‘마이크로파이버’를 활용해서 들고 있을 때 굉장히 가볍습니다. 그 이유는 아까도 설명드렸지만,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 혹은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조차도 이런 촉각 적인 경험에 굉장히 민감하시고, 이렇게 촉각적으로 포근한 것을 들고 있거나 만졌을 때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형상을 저희가 디자인을 했고, 아까 그 말랑말랑 하게 만든 것은 ‘피젯 토이’입니다. 마찬가지로 심리적 안정을 주면서 동시에 약간의 포인트 컬러로, 스태프분들이 ‘아, 이 가방을 메고 있는 분들은 약간의 지원이 필요한 방문객일 수 있겠다’ 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포인트 컬러를 줬습니다. 실제로 시각장애인 분들이 굉장히 좋아하셨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계속해서 만지고 계셨습니다.
‘쉬운 미술관 안내서’가 있습니다. 이 안내서에는 미술관을 어떻게 하면 쉽게 이용할 수 있는지, 미술관의 공간에 대해 다양한 설명들이 있습니다. 이 가방에 대한 설명서가 첫 번째 페이지에 나와 있고요. 공간을 어떻게 관람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다양하게, 그리고 굉장히 쉽게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인지의 차이를 고려해서 저희가 그런 콘텐츠까지 디자인한 것입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이 ‘촉각적 요소’를 굉장히 중시했다는 것입니다. 소음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과 약간의 조용한 공간은 이 패턴을 다르게 해서 공간을 분리했습니다. 그래서 자세히 보시면 저렇게 파란색 공간은 심리적으로 좀 더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고, 빨간색은 조금 소음이 발생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패턴화를 통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이 공간을 음성으로 안내받기를 원하는 시각장애인 분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겉면에 QR코드를 활용해 음성으로 들을 수 있게 해 놨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장애 당사자분들이 이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다음은 좀 더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그래픽을 활용한 소통 카드입니다. 왜냐하면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 혹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 중에서 직접적으로 스태프분들과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그림을 활용한 소통 카드를 가지고 대화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준비했습니다.
다음은 미술관이 좀 낯선 분들을 위해서 준비한 내용입니다.
활동지와 헤드셋을 활용해서 약간의 소음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에서는 감각을 차단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옆에 있는 필담 도구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글로 소통하기를 원하는 분들을 위해 넣어둔 도구입니다.
모두를 위한 도시를 향한 제언, Design with 10%
제가 지금 설명드린 이 ‘모든 가방’을 만드는 과정은 약 한 달 반 동안의 워크숍을 통해 40여 명의 장애 당사자분들과 비장애인 분들과 함께 저희가 디자인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Design with 10%’, 즉 ‘10%와 함께하는 디자인’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Design for 90%’, ‘ 90%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2007년에 미국의 쿠퍼 휴잇 디자인 뮤지엄에서 진행된 전시회 제목으로, 전 세계 디자이너나 엔지니어,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던 문구입니다. 그런데 ‘90%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말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에 거의 접근하지 못하거나 전혀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세상의 90%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접근 가능성’에 대한 이슈를 주요 문제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90%를 위한 디자인’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피라미드 구조입니다. 그래서 Y축으로 봤을 때, 부를 기준으로 나뉜 명확한 서열이 존재합니다. 상위 10%가 위에 있고, 90%는 아래에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10%를 위한 사람들이 이 90%를 위해 진행하는 시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에 빗대어 ‘10%와 함께하는 디자인’을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10%는 앞에서 설명한 ‘90%를 위한 디자인’과 수치는 같지만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앞에서는 수직적인 축을 사용했다면, 지금은 수평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학에서 배웠던 정규분포를 떠올려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규분포는 종 모양의 곡선으로, 평균을 중심으로 대다수가 분포하고 양쪽 끝으로 갈수록 점점 그 수가 줄어드는 형태입니다. 사람들의 감각 역시 이와 비슷하죠. 여기서 말하는 10%란, 이 감각의 스펙트럼을 수평축으로 놓았을 때 양 끝단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운데에 위치한 보편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지만, 양 끝단에는 감각이 상대적으로 둔감하거나, 혹은 매우 예민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양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거나, 시각과 청각에 제약이 있거나, 촉각이나 다른 감각으로 정보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이 10%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10%와 함께하는 디자인’이란 곧 이들을 설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을 뜻합니다. 이들이 공동 창작자가 되는 과정이죠. 그래야만 비로소 진정성 있는 디자인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10%와 함께하는 디자인’은 소외되어 있던 사람들의 경험을 주변부로 밀어내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출발점으로 삼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드는, 그런 보편적 디자인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도시에서 감각의 제약을 경험하는 사람들, 예를 들어 시각장애, 발달장애, 난독증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을 만족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이동 경험이 낯선 누구나, 쉬운 안내를 선호하는 누구나, 정보를 자신의 속도로 해석하고 싶은 누구나를 위한 도시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10%와 함께 하는 디자인’을 실행하기 위해 세 가지 제언을 구체적으로 더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참여를 통해 이런 경험의 격차를 줄이는 것입니다.
이런 참여와 포용적인 디자인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사용자 중심 설계가 가능하죠. 그리고 높은 접근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진정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참여를 통한 포용적인 디자인은 정말 ‘함께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진정성 있는 디자인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닌 더 나은 접근성을 추구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디자인을 한 결과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통 디자인하면 멋진 가구, 멋진 제품, 그런 유형의 결과물, 하나의 단절된 결과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라는 것은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입니다. 하나의 완결된 완성품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지속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지속 가능한 디자인입니다. 지금 제가 들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에 가시면 볼 수 있는 이 ‘모든 가방’이 완벽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마 많은 장애를 가진 분들, 혹은 여기 계신 여러분이 이것을 사용해 보신다면 분명히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성이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분명히 발전해야 할 여지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함이 아닌 더 나은 접근성을 추구하는 자세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심리적인 장벽을 낮추는 디자인을 해야만 합니다.
이동을 하면서, 특히 대중교통을 타면서 어떻게 하면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편안하게 탈 수 있을까요? 아마 이런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쉽게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데 중요한 것은 반드시 시설만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편안하게 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보이지 않는 어떤 ‘환대’라는 경험에 있을 수 있습니다. 저희가 좋은 디자인, 접근 가능한 디자인,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보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경험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 인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런 관람하는 경험, 또 아이들과 노는 경험, 이런 것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단지 ‘보이는 디자인’에 있는 것, ‘보이는 경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환영한다’는 그런 작은 사이니지나 문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심리 적인 장벽을 낮추는 그런 보이지 않는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것을 위해 우리는 감각의 제약을 경험하고 있는 그런 10%의 사람들과 함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발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