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유니버설 디자인
- 관리자
발표자: 박숙희 (서울시 디자인정책과 과장)
지금까지 공공의 영역은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표준’을 통한 효율성 제고를 최우선시 하고 있었다. 공급자 관점의 대량생산에서 수요자 관점의 다품종 소량 생산의 시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오늘날은 다양한 정보와 기술로 무장한 스마트 시대이기 때문에 표준의 틀만으로는 시민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거나 풍요로운 삶을 견인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공공 디자인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WHO ; 누구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인가?
장애가 없고, 아직 젊은 연령대의 시민들은 일상 생활에서 누군가에게 특별히 배려 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통계자료에 의하면, 선천적인 장애의 비율은 5%의 불과하며 영구적인 장애보다는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일시적이거나 상황에 의한 장애가 훨씬 더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우리가 공공의 영역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고려할 때 장애를 가진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과 상황에 대한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키, 힘, 조작, 균형 주의력 등 신체 조건에 대한 다양성과 언어 및 표현력에 기반하는 언어 능력의 차이, 청각이나 시각, 촉각 등의 감각 능력의 차이, 이해도, 지적 능력 등 인지 능력의 차이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HOW ; 유니버설 디자인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가?
이처럼 다양한 상황에 처한 시민들을 위해서 디자인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고, 다양한 시민들을 어떤 방법으로 참여시키고 이해시킬 수 있을까? 서울시는 쉐도잉이라는 분석 방법으로 조용히 시민들을 따라가보거나 여러 단계의 인터뷰를 통해서 실질적 대상의 요구사항을 들으며 관찰 조사를 진행한다. 서울시는 유니버설 디자인 사업을 추진할 때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팀과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조사와 분석을 진행하며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의 확산과 수렴 과정을 거쳐 최선의 솔루션을 도출한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유니버설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기본 조례를 제정하고 평가 체계를 구축하였다. 기본 계획 수립을 통해 실행 기반을 구축하였고, 유니버설 디자인 컨설팅 등 실제 디자인을 적용하는 사업을 추진하여 유니버설 디자인의 확산을 유도하였다. 초등학생과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유니버설 디자인 교육을 진행하여 인식의 개선을 도모하고 있고, 내년도 유니버설 디자인 센터 개소와 유니버설 디자인 리빙랩의 설치 또한 예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는 지역 단위, 그리고 공공 건축물 유형별로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을 확대해 나가고자 하며 10개의 유니버설 선도 과제를 선정하여 유니버설 마을, 유니버설 스쿨과 같은 시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유니버설 디자인 산업을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 제품에 대한 인증 제도를 통해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WHERE ; 유니버설 디자인은 어디에 적용되고 있는가?
서울시가 유니버설 디자인의 사전 컨설팅을 진행한 지역은 서울 전역에 분포하고있다. 컨설팅은 복지 시설에서부터 시작하여 현재 대규모 문화시설과 공공 공간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있고,파일럿 사업의 경우 산업단지, 주거단지 등으로 확대하여 추후 대규모 도시재생 사업과도 연계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공공 공간의 경우, 지역 단위의 유니버설 디자인 테스트베드 조성을 위해 2018년도에 노후 산업단지, 노후 주거지 그리고 노후 상업지까지 단계별로 추진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관리되지 않고 버려진 공개 공지의 경우, 다양한 시민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개 공지로 조성하거나 주 출퇴근 수단인 지하철에서도 혼란이나 장애물 없이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물을 개선하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WHAT ; 어떤 결과물들이 유니버설 디자인의 가치를 구현하고 있는가?
- 서울시의 유니버설 컨설팅 사업
서울시의 유니버설 디자인 가치 구현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시는 공공 건물의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여 문화 복지 시설의 경우 색약자들의 인지에 용이한 색상을 적용할 수 있도록 권장하였고, 건물 출입구의 캐노피를 제안하여 인지성을 높이고, 우천시 비를 피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안하였다. 주차장의 유도사인이나 안내 사인 가이드를 제시하고, 공용 공간의 비상 대피 안내 및 휴게공간 확보에 대한 내용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금천구 구립 어린이 도서관의 어린이 열람실은 어린이들이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하여 실제 방문하는 어린이들을 관찰하여 해당 솔루션을 마련한 사례이다. 어린이들은 책을 읽을 때,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누워있거나 엎드려서 친구들과 어울려 책을 보고 싶어하는 어린이들이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이용자들의 니즈를 고려하여 열람 공간을 조성하였다.
금천구 구립 어린이 도서관 열람실
성산2동 주민센터의 사례는 주민센터를 찾는 시민들의 대기 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용객들이 남는 공간에 선 채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센터 내 이용률이 낮은 건강 센터와 필경대 등 필요 이상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시설들을 제거하고 쾌적한 대기 공간을 조성하였다. 중앙에 위치해서 동선을 방해했던 필경대 또한 벽면으로 옮겨서 휠체어나 유모차가 불편함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였다.
성산 2동 주민센터 대기 공간
보건소는 신체적이나 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의 방문이 잦은 곳이다. 성동구 보건소의 경우 보건소 앞 길을 보차 혼용도로로 사용하고 있어서 사용자에게 위험한 공간이었다. 차량의 속도를 낮추기 위해 과속 방지턱을 적용한 횡단보도를 설치했으며, 교차 부분은 색상 패턴을 적용하여 운전자와 보행자가 서로 주의하면서 지나갈 수 있도록 조성하였다. 보건소 주차장은 65세 이상 고령자 또는 영유아 접종을 위해 방문하는 방문객들을 고려하여 장애인 주차구역 외에 보행 약자를 위한 우선 주차 구역을 설치 하였고, 주차 후에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행로를 설치했다. 또한 건물 내 엘리베이터 버튼 안내 사인은 직관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층별로 색상을 달리 적용하였다.
성동구 보건소 앞 보차 혼용도로의 개선사례
- 서울시의 유니버설 공공 사업
다음은 유니버설 관점이 산업으로 확산된 사례를 언급하고자 한다. 최근 많은 지역에서 적용하고 있는 미러 시트는 주간이나 야간에 뒤에서 누군가 따라오고 있지 않은지 불안한 보행자들을 위해 후면을 확인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제품이다. 서울시에서 2012년 도입한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제품의 적용은 단순 복제보다는 공간과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적합한 상황에 적용되어야 유효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재개발로 환경이 낙후된 지역은 현재 자신의 위치나 주소지에 대한 파악이 어려우므로 LED 번호표시등을 설치하기도 했고, 고보 조명 또한 이제는 보편화된 조명이지만 본래 재래시장 통로에 길 안내를 하기 위해 처음 설치했던 사인 시스템의 일환이었다. 주소 표기 시스템 경우, 다세대 밀집 지역에서 주민들이 주소를 잘 알지 못해서 혼란을 겪을 때 건물 위쪽 높은 위치에 지번을 표시하여 주소나 현 위치를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였고, 골목길 곳곳의 핸드 레일에 센서 조명을 부착하여 어두운 골목길을 밝히고 시민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였다.
물리적인 시설 이외에도 뇌병변 장애인 옷 리폼 가이드 개발과 공동주택의 노인 배려 시설 사례도 있다. 뇌병변 장애인의 경우 연령에 맞는 용품이 부족하여 청년기에도 유아들의 용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옷이나 신발류를 쉽게 착용하고 벗을 수 있도록 제작하는 리폼 가이드를 제작하여 보급하였다. 또한,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임대아파트를 대상으로 각 층별 색상을 달리 적용한 우편함을 제작 및 설치하여 사용자들이 쉽게 인지하도록 도왔고, 노인들이 보행하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설물을 곳곳에 설치하였으며, 평상시 이용하는 지팡이를 보관할 수 있는 거치대를 곳곳에 설치하였다.
WHY ; 왜 이런 유니버설 디자인을 해야하는가?
서울시는 표준보다는 개별 맞춤형 디자인이 다시금 유니버설 디자인의 기준이 되어 더 많은 시민들을 만족시킬 수 있길 바라고 있다. 공공의 시도가 보다 발전된 민간 영역의 디자인 산업을 견인할 수 있길 희망하며 지금까지 서울시의 수 많은 시행착오와 고민을 통한 디자인 시도들이 사회의 복지가 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나아가 결국 도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