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콘텐츠는 2020 서울디자인국제포럼에서 발제된 내용을 요약 및 편집하여 발표자의 사전 동의를 얻은 후 게재되었습니다.


발표자: 리처드 세넷 (유엔 해비타트 이니셔티브 그룹 의장)


전 세계가 코로나 이후 도래할 도시의 형태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조금 더 종합적인 관점으로 도시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로 촉발된 과제들과 더불어 특히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기후 변화에 대한 문제는 예방 및 치료가 불가능한 영역으로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대화, 논의를 통해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하는 주제이다. 향후 모든 도시가 직면하여 장기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기후변화의 문제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26차 UN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6)에서 발표될 기후변화에 대한 6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논의해보고자 한다. 



1. 정보에 대한 외면과 거부

우리는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 당시 기후변화에 대해 대중에게 더 많은 정보가 제공된다면 사람들이 이를 위기로 인식하고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이 늘어날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위기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면 될수록 사람들은 이에 관심을 갖기보다 거부하거나 외면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오히려 관련 정보의 습득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되었다. 

‘Knowing and Not Knowing’ 

한나아렌트(Hannah Arendt)와 코헨(Stanley Cohen)의 연구를 통해 사람들은 위협이나 위기에 대해 많은 것을 알면 알수록 이를 회피하거나 거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사회과학적 명제가 밝혀진 바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인들은 독일에서 발생한 600만명의 유대인이 사라진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는 반응을 보였고, 남아공에 거주하는 백인들은 흑인 거주지역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질문에는 일반적인 사항만 전달하고 구체적 진실을 외면하였다. 또한, 19세기 심리학자 파블로프가 언급했듯이 동물은 포식자에 의해 위협을 받는 상황에 처했을 때 수동적 태도를 취하며 포식자가 자신을 지나쳐가기를 희망하는데, 우리는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굉장히 위축된 태도로 정지된 상태를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 정보와 앎에 대한 기쁨은 분명 에너지를 생성하지만, 위기를 칭하는 언어에는 역기능이 있으므로 우리는 앞으로 단순히 위기를 언어로 표현하는 것 보다 삶의 위협이 되는 상황과 역량 강화에 대한 대안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2. 기후변화의 현황

2035년 세계 에너지원의 사용 조합은 아래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듯 굉장히 절망적인 결과가 예측된다. 재생에너지는 불과 14%를 차지하고, 많은 오염과 기온상승을 초래하는 기름과 석탄, 천연가스가 여전히 전력의 주요 자원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15~20년이며 우리의 행동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5년이내로 악화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원은 거주지와 상업건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대부분에 의한 것으로 우리가 극적으로 변화를 꾀하지 않는 한 이 상태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에너지원 조합과 온실가스 배출원 분포


또한, 도시 기후변화에 대한 분석에 있어 물의 사용량은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양상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지표이다. 도시 및 지역들이 홍수로 인해 겪고 있는 문제나 사라지고 있는 지하수면에 대한 문제, 물의 손실이나 대기증발량에 대한 내용이 이에 포함된다. 우리는 주요 해안도시들이 앞으로 해수면 상승과 지하수면 상실로 위협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30년 후 홍수가 발생한 영국의 모습을 예상해보면, 일부 지역은 완전히 물에 가라앉거나 거주할 수 없는 지역이 될 것이다. 영국은 상대적으로 넓은 토지를 가졌지만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을 받는 런던, 리버풀, 에든버러와 같은 도시들은 대부분 내륙 강 어귀에 위치하고 있어 이들 도시는 자칫 도시의 기능을 잃게 될 수 있다. 만약 대기의 온도가 4℃ 올라가면 런던의 모습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측되는데, 아래의 사진과 같이 홍수로 인해 의사당을 비롯한 건물과 도시전체가 물에 잠긴 모습은 런던이 바다로부터 40마일 떨어져 있지만 해수면 상승으로 막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대기 온도 상승 시 예측되는 홍수 발생시 런던의 침수 상황



3. 기후 난민의 실태와 수용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사막화의 대규모 확장은 물 부족으로 인한 도시 이주민, 즉 난민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대서양으로부터 파키스탄 끝까지 이어져 있는 사막화된 지역은 가뭄이 오랜 시간 지속되었고 사막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아래 사진은 8년전 소말리아의 모습으로 사막화의 영향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데, 과거 해당 지역의 우물을 8년간 사용한 결과 물 부족으로 인한 사막화가 극심해졌고, 더 이상 주민들이 생업을 유지하며 거주할 수 없는 환경이 되어 그들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도시로 이주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막화 현상은 사바나 지역 전역으로 확대되었고 점점 더 많은 도시 이주민들이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소말리아의 우물과 사막화 현상


유엔에서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이러한 이주민들이 실제로는 난민이라고 주장할 권리가 없는 경제적 이주민으로 분리된다는 것이다. 1951년에 유엔이 채택한 난민의 정의는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러한 난민의 정의가 극심한 갈증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정의는 아니지만, 그들은 실상 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유럽에서는 2015년 150만명의 난민들이 시리아 전쟁 이후 이동해왔고 유엔에서는 2050년까지 약 4000만명의 난민들이 전 세계에서 유럽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될 정치적인 영향을 생각해본다면, 우리는 법을 재 제정하여 그들이 기후난민으로서 도시에서의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난민 여권의 발행으로 그들에게 법적인 지위를 제공하거나 난민들이 입국하고자 하는 국가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난민 문제는 이처럼 도시가 직면할 수 있는 가장 큰 과제 중의 하나이며 정치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사회 다방면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이다.  



4. 기후 변화를 민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실용적이고 즉각적인 당면과제로서 기후변화를 해결하고자 하는 가장 좋은 접근은 상향식 접근방식이다. 20세기의 마스터플랜은 너무 광범위하고, 우리 삶의 방식을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 민주적 방식의 추구에 있어 도시의 여러가지 일을 제대로 다루기에 부족함이 있다. 지구의 기후변화 문제에 대하여 각 도시에서 공동기반으로 다루고 이를 확장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경험에 미루어 보았을 때, 커뮤니티 기획은 합리적으로 조직을 구축하고 인프라와 관련된 이슈를 다루게 되면 보통 4~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민주적 방식으로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대비 기후변화 대응은 매우 시급한 사안이다. 규모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사례를 보면 80-90개의 지역사회가 각각 물의 사용과 전기 공급 문제를 종합화 방식으로 다루고자 하는데, 이처럼 전기망과 수도, 운송시스템과 같은 인프라를 다루는 방식은 서로 합치를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상향식 방법으로 다루기에는 시간과 규모의 측면에서 어려운 한계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 동안 도시가 민주적으로 해오던 방식을 신뢰하지만 어떻게 기존 방식의 속도를 향상시키고 효율적으로 진행할지에 대한 당면과제가 있다. 물론 도시마다 상황이 다르고 각각 모두에게 구조적인 문제가 있으므로 모두에게 적합한 모범사례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민주적 방식을 취했을 때 소요되는 많은 시간이 실상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규모화의 문제에 직면해있다. 기후변화 문제를 비민주적으로 수행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볼 수 있다. 새로운 접근의 이 방법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지만 참여의 방식보다는 중앙 그룹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므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절한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선택해서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도시의 기후변화를 해결하도록 할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5. 적응과 완화사이의 균형

우리는 기후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환경적 영향을 줄이고 최소화할 수 없는 조건에 적응해야 하며 결국 우리는 완화와 적응을 함께 수용해야 한다. 8년전 뉴욕에서 발생하여 도시를 황폐화시킨 허리케인 샌디와 후쿠시마에서 물폭탄이 떨어졌던, 완화와 적응에 대한 두 가지 극단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폭풍으로 인해 수위가 높아지는 기후상황에서 뉴욕시는 바위와 자갈이 쌓은 둔덕을 지어 물 넘침을 막고 월가의 건물을 보호하고자 하였다. 불행히도 이러한 예측이 빗나가 1년 뒤 맨해튼 외곽지역에서 더 높은 폭풍이 몰아쳤고 피해를 입은 사례가 있는데, 이는 피해의 정도의 완화를 다루는 사례로 볼 수 있다. 



B.I.G.-designed Berm Proposal / Storm surge barrier Rotterdam 145 year framework 
 
또 다른 적응형 모델은 MIT에서 만든 것으로 폭풍이 왔을 때 물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고 더 많은 에너지가 방출되도록 하여 파괴 정도를 완화하는 원리이다. 바다가 육지로 떨어졌던 물을 다시 빨아들이는 원리를 이용하고 저지대의 풀밭이 폭풍으로 인한 물폭탄을 방지하고 또 다시 물을 흡수하는 기능을 수행하여 많은 피해를 방지하도록 하였다. 이는 단순히 물의 유입 자체를 막으려기 보다 물이 들어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결과를 완화시킬 방안을 찾아보고 노력하는 방법이다.
적응은 피해의 발생을 막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완화는 그 영향을 줄이는 것에 중점을 둔다. 
로테르담에 있는 최고의 해일을 저지하는 장벽은 두 개의 장치를 통해 해수면이 상승하면 폭풍 해일 상승 정도에 따라 열리고 닫히는 장비인데, 이는 매우 폭풍 해일 대응에 훌륭한 건축물이지만 건설하는데 45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녹화 면적 증가에 대한 문제에도 직면해있다. 대부분의 고속도로가 어두운 색이거나 고체 상태이므로 열을 방출하기보다는 열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MIT 재학생이 애리조나의 피닉스에 제안한 아이디어의 사례는 고속도로 주변 모든 공간을 녹지화 하는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매우 훌륭한 아이디어이지만 30년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Proposal to green Phoenix Koolseal goo, water-based, titanium infused Los Angeles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냉각 기능이 있는 수용성 티타늄 쿨실(Koolseal)페인트를 사용할 수 있다. 이 페인트는 도로 및 다른 표면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데 흰색은 열을 차단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공간을 시원하게 만들어 열을 저감시키고 냉각화 효과를 불러 일으켜 녹지화 계획을 대체할 수 있다. 전문가를 부르지 않아도 커뮤니티 구성원 누구나 이 페인트를 이용할 수 있으므로 브롱스와 뉴욕에서는 주택 지붕에 냉각효과가 필요한 곳에 이 페인트를 활용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에어콘 사용량과 에너지 소비량이 감소하였다. 


1 Koolseal goo applied to rooftop and road

LA에서는 쿨실(Koolseal) 페인트와 생태수로를 함께 사용해서 화단을 조성하고 주변에 페인트를 칠하는 방법으로 허리케인 샌디와 같은 재해를 막는다. 식물은 단순히 열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물을 정화시키는 기능이 있어 LA의 산성비 문제해결에도 도움이 되었다. 


6. 행동의 변화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하여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우리가 실행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바로 차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지구 온도 상승을 2 ℃ 이하로 제한하는 온난화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차를 타지 않도록 장려하고, 분산화를 해야한다. 많은 사람들이 차를 타고 일터에 가는데, 인구가 집중적으로 몰리는 현상을 막아서 사람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밀집화 된 구역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파리의 15분 도시 프로젝트의 사례를 보면 파리는 굉장히 집중화된 도시이므로 의류, 금융 구역 등의 특정 기능을 주변 지역으로 분산화시켜 집중을 완화하고 도시 외곽에서 다양한 그룹이 소통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그들은 차가 없이도 이동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 냈다. 
 

 


위의 차트를 보면 기후 변화를 막기위한 다양한 방법에 있어 재활용은 그 효과가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 재활용은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을 줄일 수 있으므로 좋은 활동이지만 기후변화 완화에 직접적으로 효과적인 활동은 아니며 자동차 이용을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한 도시의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자연은 당연시되는 보고(寶庫)이자 산실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물질적 세상을 추구하면서 신 문물 개발을 통해 자연을 너무 많이 사용해버렸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자연을 무조건적인 보고로 생각해서는 안되고, 개발 또한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내기보다 이미 만들어낸, 가지고 있는 것을 다시 나누고 자연에 남아있는 것을 우리 모두가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 유엔은 이를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 여기고 있는데, 기후변화가 우리의 목적 달성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연의 자원을 공평하게 나눌 수 있도록 생각해보아야 한다. 

도시는 코로나 19 이후의 여러가지 과제들을 목도하고 있다. 향후 10-20년간 도시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과 기후변화 문제는 무엇이 있을지 그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고 적응해야한다. 여러가지 변화가 있겠지만 그 변화를 수용하고 적응해서 적절한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내고, 앞서 언급한 냉각 효과가 있는 쿨실(Koolseal) 페인트의 사례와 같이 실제적으로 커뮤니티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 상향식 방식으로, 다양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 우리 스스로 자연과의 관계에 대해 재고해보고, 더이상 당연시 되는 보고는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의 자연은 많이 지쳤기때문에 더 많은 개발, 더 큰 도시, 더 높은 건물을 가진 도시보다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어줄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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