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디자인 기반의 스마트 도시 구축을 위한 시각장애인 보행자용 내비게이션 도입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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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자: 김형섭 (엔비전스 접근성사업팀 팀장)
접근성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든 서비스와 제품을 동등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보편적 디자인을 추구하는 유니버설 디자인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대외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그들은 다양한 보조 기술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보조 기술이란 장애인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든 제품과 장비, 소프트웨어 또는 시스템 전반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보조 기술의 개념이 보편화되면서 장애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환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 사례로 시각 장애인의 소통을 돕는 보조 기술로는 화면을 읽어주는 스크린 리더, 점자 정보 단말기 등이 있고 이들의 도움으로 시각장애인들은 독립적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기도 하고 문서 작성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보조 기술들은 오늘날 장애인만을 위한 기술로 존재하기 보다는 누구에게나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응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시각장애인들의 독서를 돕는 서비스로 존재했던 오디오 북이 현재는 비장애인들도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독서 형태 중 하나로 자리잡은 것처럼 모두를 위한 기술로 보편화 되고 있는 것이다.
장애에 대한 인식의 변화
보조 기술의 확산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와도 연관이 있다. 과거에는 장애(Disability)에 대한 인식에 있어 개인의 손상과 그 손상을 치료하기 위한 의학적 접근에 국한하여 규정해 왔으나 최근에는 장애를 신체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사회적 환경이 장애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인지하게 되었다.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낯선 언어 환경, 노안으로 인한 시력 감퇴, 부상으로 인한 일시적 신체 부자유, 소음으로 인한 일시적 의사 소통 장애 등 누구나 일생에 한 번 이상은 다양한 장애 환경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인식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비장애인이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장애를 가지게 될 수 있는 만큼 장애인이라 하더라도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 진다면 장애의 조건에 구애 받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특정 대상자를 염두해 두지 않더라도 유니버설 디자인을 고려하여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이를 누구나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우리나라의 보행 접근성

도시 생활에 있어서 시각장애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독립 보행이다. 도시 내 자유로운 생활의 전제조건인 도보 보행과 대중교통 보행에 있어 음향 신호기는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통 안전시설이다. 신호등의 위치를 알려주는 음향 유도 기능과 신호가 바뀌었음을 알려주는 음향 및 음성 기능을 지원하며 신호등 자체에 설치된 버튼을 직접 누르거나 휴대하고 있는 리모컨으로 작동 시키기도 한다. 리모컨에는 두 개의 버튼이 있는데, 신호등 위치를 찾을 때와 음성 유도기를 사용할 때 쓰는 기능, 또 하나는 신호등의 음향 신호등을 켤 때 사용한다.
사실 이러한 기능은 사거리와 같이 두 개의 횡단보도가 인접해 있는 경우 리모컨으로 원하는 신호등에 대한 조작을 정확하게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인접한 신호등에 설치되는 음성 유도기의 경우 목소리의 성별을 달리하는 등의 규칙이 있지만 시각 장애인은 두 개의 횡단보도 중에 건너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녹색 불이 켜진 상태에서 음향 신호기가 작동하는 경우 잔여 시간을 확인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이외에도 음향 신호기 자체가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고장 등으로 인해 작동하지 않는 경우, 그리고 심지어 횡단 보도의 고유 번호를 확인할 수 없어 음향 신호기 작동 오류 시 고장 접수를 하기 어려운 점 등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시각장애인 보행자들이 가장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는 대중교통인 지하철은 규정에 맞는 유도블록과 출구 및 플랫폼, 스크린 도어 등에 설치된 점자, 열차 도착 정보 안내방송과 각종 알림 음향, 자세하고 특색 있는 정보 알림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스크린 도어에 설치된 점자 안내는 열차의 진행 방향 화살표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 열차 진행방향에 대한 정보 확인이 어렵고, 일부 스크린 도어 출입문 앞 바닥 전체에 일직선으로 깔려 있는 점형 유도블록으로 인해 정확한 승차 지점(출입문) 확인 또한 어려운 실정이다.
시각장애인도 사용가능한 보행 내비게이션 도입의 필요성
스마트시티는 IT 기술을 접목하여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으며 이러한 스마트 시티 환경에서의 접근성 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스마트 시티와 마찬가지로 장애인을 위한 여러 가지 시설 역시 IT 기술을 접목했을 때 더 뛰어난 기술의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구상된 보행자 용 내비게이션은 낯선 길을 찾아갈 때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으로 목적지 경로에 대한 정보를 시각과 음성 등을 통해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서비스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지도 앱의 기능이 확장된 개념으로, 시각 정보와 음성 정보가 함께 길을 안내한다. 현재 국내에도 음성 안내가 가능한 보행 내비게이션이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이 함께 사용할 만큼 세밀한 경로 안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시각장애인 보행자를 위한 경로 안내는 목적지를 설정하면 주변에 어떤 건물들이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이동해야 하는지를 음성 안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해외에서는 시각 장애인에게 좀 더 필요한 기능들을 보강하여 별도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경로 안내 이외에도 ‘주변 장소 안내 듣기’ 기능이 있어 주변에 무엇이 위치하고 있는지 음성으로 안내 받을 수 있고, 사용자는 주변 정보를 자세히 습득하게 되면서 장소에 대한 이해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시각장애인 사용자들을 위한 보행 내비게이션의 구축을 전제로 다음의 내용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모든 사용자들의 편리한 사용을 위하여 보조 기술인 스크린 리더가 잘 읽을 수 있는 형태의 정보가 구축되어야 하고, 현재 설치되어 있는 음향 신호기와의 연동하여 사용자 설정에 따라 음향 신호기의 유도 사운드가 자동으로 출력되거나 내비게이션 음성 안내 방향을 신호등의 방향과 일치시키는 기능이 필요하다. 또한, 기존의 지도 앱에 다양한 접근성 기능을 추가하여 필요에 따른 접근성 기능 선택이 가능하도록 하고 경로의 재 탐색 기능이나 횡단보도 진입 전과 후 정확한 방향 안내 기능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보행자 내비게이션이 구축된다면 도시의 모든 시민이 낯선 길을 독립적으로 찾아갈 수 있게 되고, 자연스럽게 시각장애인들의 경제 활동이나 여가 활동의 참여 비율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접근성에 대한 고려를 기반으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야 하므로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이러한 제안들이 유니버설 디자인과도 그 맥락을 함께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의 적용과 확산을 위해서는 실 사용자들을 고려한 접근성 테스트를 비롯하여 개발자들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함으로써 보다 실질적인 대안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과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