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의 문제, 우리가 직접 해결해요! (2)
- 관리자
학대 피해 아동의 마음을 치유하는 서비스 디자인 (2018)
미술심리상담을 하고 있는 저는 우연히 학대 피해를 겪은 아동이 서울의 한 관계 기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어요. 보호자가 사건 접수 및 행정 절차를 처리하는 약 30여 분 동안 아이는 대기 의자에 홀로 불안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어요. 간단한 놀이도구를 제공하여 아이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게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안자 오희정
호야토토 인형|자료제공 : 서울시, 사진 : 516스튜디오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학대피해 아동은 부모와 분리돼 지구대, 경찰서 내 대기과정과 조사과정,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의 생활 등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 낯선 공간과 사람으로 인해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 또한, 자신의 잘못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생각을 하며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학대피해 아동에게 경찰관과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낯선 환경에서의 불안함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 ‘호야토토’가 고안되었다.
2016년 개발된 호야토토 솔루션은 송파경찰서와 서울해바라기센터에 설치·배포되었다. 특히 송파경찰서에는 아이 친화공간을 마련해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의자와 쿠션 등의 가구를 설치해 긴장을 완화할 수 있도록 도왔다. 솔루션을 수정하고 보완하여 2018년도에는 서울시 전역에 있는 모든 해바라기센터에 확대 적용하였다. 혼자 있는 시간에도 놀이에 집중하게끔 도와주어 불안감을 덜어주는 5가지 종류의 놀이키트와 언제 어디서든지 함께할 수 있는 애착인형 등이 제공되었다.
서로 배우는 상호문화 서비스 디자인 (2020)
현재 한국의 다문화교육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다름’이 아닌 ‘동등함’을 지향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학생이 문화감수성을 키우는 상호문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안자 한혜나
쿡쿡콕콕을 통해 어울려 놀고 있는 아이들 모습|자료제공 : 서울시
한국은 체류 외국인 200만 명, 다문화 가정 100만 명 시대를 맞이했지만 ‘다문화 감수성 교육’은 매우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부분 다문화 자녀가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인종이나 피부색, 출생 국가 등 다양한 차별 요인을 제거하고 어렸을 때부터 다양성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위한 커리큘럼으로 ‘모두가 동등함’을 강조한다.
“친구네 가족이 즐겨 먹는 음식을 게임을 통해 배웠어요!”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의 음식을 통해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보드게임 ‘쿡쿡콕콕’을 서울시 내 80개 초등학교, 전국 대표도서관과 구립도서관・어린이도서관 등 50곳, 서울시 각 구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우리동네키움센터 등에 배포했다. 게임 방법 영상과 수업 마무리용 학습지가 함께 제공돼 초등학교에서는 3~4학년 다문화 수업에 이를 활용할 수 있으며 누구나 게임에 참여하며 즐겁게 문화 다양성을 알아가는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올바른 의약품 폐기를 위한 서비스 디자인 (2021)
집에서 발생한 의약품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요? 일반 쓰레기나 변기나 싱크대에 버리면 땅과 물에 스며들어 식수를 오염시키고 다시 사람에게 돌아와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들었어요. 정확한 방법을 알고 싶어요. 제안자 이주현
올바른 의약품 폐기를 안내하고 사용기한을 직접 써 붙일 수 있는 ‘약쏙상자’ 스티커|자료제공 : 서울시, 사진 : 516스튜디오
대부분의 집마다 간단한 감기약, 연고 등 상비약을 구비해 두고 있다. 이때 사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폐기 방법. 약을 아무 데나 버리게 되면 환경오염, 생태계 교란 초래의 위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변기나 싱크대에 버려진 물약 등은 하수구를 통해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 어패류에 악영향을 끼치며 오염된 식수는 신체에 영향을 준다. 또한 매립도 위험하다. 땅에 흡수된 약물은 장기적으로 사람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실제 프랑스의 한 지역에서는 스테로이드 생산 공장에서 흘러나온 약물이 주변 하류 물고기의 60%를 오염시킨 바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버려지는 약이 생기지 않게 처방대로 복용하고, 올바른 곳에 약을 보관하는 것이다. 약을 복용하는 것만큼이나 폐기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서울시는 의약품의 올바른 폐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올바른 약 사용법을 인식할 수 있도록 ‘약쏙상자’를 개발했다. 약쏙상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의약품의 올바른 사용법과 폐기법에 대해 알려주는 프로젝트다. 가정에서 사용기한이 지나거나 더 이상 필요 없는 폐의약품들을 상자에 ‘쏙’ 넣는 방식이다. 알약, 바르는 약, 물약 가루약 등을 종류별로 구분해 담고 인근의 약국, 보건소, 주민센터 등에 마련된 폐의약품 수거함에 올바르게 폐기하도록 유도한다. 서울 소재 초등학교의 보건교육에도 활용되었던 약쏙상자는 작은 실천이 환경 보호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아이들 스스로 느끼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기성복을 입기 힘든 뇌성마비 우리 아이도 폼 나는 옷을 입었으면 하는 엄마. 여느 또래처럼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유롭게 놀이공원을 즐기고 싶은 저시력 시각장애인. 느지막한 저녁 한강공원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라이더. 우연히 학대 피해 아동이 조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모습을 보게 된 미술심리상담사. 평소 다문화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우리의 이웃. 그리고, 환경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주변 어느 곳에서도 폐의약품 수거함을 찾기 힘들어 고민스러웠던 평범한 회사원까지. 디자인거버넌스에는 그 어떠한 제한도 경계도 없다. 성별, 연령, 직업, 경험을 막론하고 불편함을 느낀 사회문제에 대해 힘차게 목소리를 내고 싶은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사업에 함께 참여할 수 있다.
533 : 홈페이지와 워크숍을 통해 접수된 제안 건수
5432 :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 수
53-20 : 역대 디자인 거버넌스 최고령 & 최연소 팀원
730,080 : 프로젝트를 진행한 738명의 참여자가 노력을 쏟아 부은 시간
(2015-2019년 기준)
시민들의 제안은 작고 단단한 씨앗과도 같다. 적절한 물과 햇빛이 제공되면 그 무엇보다도 탐스러운 열매가 되어 공공의 사회를 이롭게 만든다. 시민이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모여 힘을 합치고, 모두가 공감하는 디자인 정책이 실현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작게 맺힌 열매들을 보며 조금 더 밝은 미래를 그려본다. 아직은 작은 씨앗이지만, 그 씨앗들이 모여 언젠가는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되는 날을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디자인의 역할은 더 이상 비즈니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디자인이 적용될 수 있다. 서울시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디자인을 채택했다. 범죄, 고령화, 치매, 학교폭력, 스트레스, 비만 등 개개인의 일상과 보다 밀접하게 연결된 사회 문제에 디자인을 적용한다. 이른바 사회문제해결디자인이다.
총 7회에 걸쳐 진행된 이번 시리즈는 서울시가 크고 작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디자인을 적용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 중심에는 시민들이 있었다. 변화하지 않는 도시는 쇠퇴한다. 보다 다양한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 공공의 문제를 파악하고 효율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할 때이다. 서울시의 사회문제해결디자인 사업이 우리의 일상을 바꾼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변화를 그려본다. 청소년부터 어르신들까지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고 다 함께 행복한 스트레스 없는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기다려본다.
글 | 디자인프레스 유제이 기자(designpress2016@naver.com)
진행·편집 | 디자인프레스 권예랑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 서울시 문화본부 디자인정책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