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구도를 초월한 디자인과 혁신의 절대적 가치
- 관리자
발표자: 황성걸 (LG전자 CX Lab 전무)
과거의 디자인 이노베이션은 경쟁구도를 의식하여 이를 기반으로 추진되어 왔다면, 오늘날 제품과 서비스, 정책 등 디자인 혁신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는 절대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오늘날 다수의 기업과 기관들이 목표로 하는 ‘좋은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과거와는 달리, 콘텐츠의 유통 채널 다각화 되고 경쟁이 극대화 되면서 고객입장에서는 경쟁력이 있더라도 변별력이 없을 경우 신뢰를 형성이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정보량이 증가하고 고객이 이러한 내용을 접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화 되면서 비교와 분석이 가능한 환경이 구축되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동일 차원에서 혁신의 모멘텀을 창출하거나 발전을 추진하여 효과를 거두기가 어려워졌고, 오늘날 고객은 많은 콘텐츠를 접하게 되므로 기억에 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차원의 도전, 즉 절대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대이다. 우리가 절대적인 혁신을 추구함에 있어서 ‘어떤 고객과 어떤 제품, 서비스, 정책에 연결시킬 것인가’를 주로 생각하는데,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모멘텀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고객과의 케미(Chemistry)가 강한 서비스나 제품, 정책의 핵심가치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추구함에 있어서 다음의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구체적인 약속을 통해 고객이 프리미엄을 느끼도록 하는 방안, 두 번째는 양적인 혁신보다는 각인될 수 있는 질적인 혁신을 추진하는 방안, 세 번째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가치의 선순환을 유도하는 방안이다.
과거 우리는 고객에게 프리미엄을 제공하기 위해 하나의 정점을 향해 성장해왔다. 다소 급진적인 성장 과정은 나름대로 객관적인 벤치마킹에 의해 적용되었고,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리스크를 피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레드 오션에 가까운 경쟁이 매우 치열한 기존의 시장 개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여러가지 유통 채널이 발달하면서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 정책이 확산되고 있고, 이를 접하는 대중들은 각자의 주관적인 차별성을 가지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다양한 종류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다양성이 리스크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경쟁을 피해서 블루 오션을 향하는 방향성으로도 볼 수 있다. 고객의 관점에서 일부 정책이나 서비스, 그리고 제품의 속성이 비교되기 보다는 구분이 쉬운 고유의 속성을 지니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고유의 속성, 즉 주관적이면서도 절대적인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한다면 다음의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헤일로(HALO)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기업의 유산(Heritage)은 무엇인가, ‘본 모습(Authenticity)은 무엇인가’, ‘지역성(Locality)은 무엇인가’, ‘그들이 가장 먼저 시도한 독창성(Originality)요소가 무엇인가’ 라는 것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BTS, 오징어 게임, 여러 가지 웹툰의 사례를 보면 콘텐츠 고유의 헤리티지와 본 모습, 지역성과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절대적 가치’에 대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양한 도시에 대한 경험을 돌이켜보면 서울은 고유의 독특한 구조를 가진 매력적인 도시이다. 규모는 작지만 많은 위성도시가 많고,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큰 강이 도시를 둘로 나누는 서울의 지리적 특성때문인지 우리는 종종 양극화 되어있거나 이원화된 모습을 마주하기도 하지만, 사실 한강은 서울의 영역을 구분 짓고 분리한다기보다 교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대적 특성상 한강은 시대를 초월한 상호 존중을 위해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고 활성화 시킬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작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서울은 역사와 스토리가 많은 도시로, 콘텐츠가 잘 보존되어 있는 도시이므로 풍요로운 콘텐츠 중심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양적인 혁신보다 강력하게 각인될 수 있는 질적인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있을까? 과거 우리는 환경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예측 가능한 범주 내의 미래를 추론해왔으나 오늘날 우리의 생활은 다양한 변수 가운데 수 많은 혁신으로 둘러싸여 종종 피로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 삶을 둘러싼 다양한 변수는 환경적 요인, 5G와 같은 새로운 기술 플랫폼, 정치경제,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 문화적 콘텐츠, 최근의 팬데믹 현상과 같이 예측불가능한 리스크 변수가 증가하였고, 이에 미래에 대한 추론은 예전처럼 쉽게 접근하기에는 어려운 영역이 되었다.
과거 우리는 원천적인 혁신을 지향하면서 멀리 보고, 상황을 예측하여 시간에 대한 운용을 효율적으로 계획해왔으나 리스크 요인이 많아진 오늘날의 환경에서는 오히려 가까운 미래를 내다보고 이에 맞는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순발력, 타이밍이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며 폭발적인 혁신보다 규모는 작을지라도 의미가 깊은 혁신을 추구했을 때 조금 더 완성도 있고 신뢰도 높은 혁신을 추구할 수 있다. 예전에는 도시나 상품, 서비스에 있어 좋은 레퍼런스를 수집하고 참고하는 방법으로 혁신을 마련해왔기 때문에 해당 콘텐츠가 우리에게 딱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인정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 시대와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에 ‘우리의 실생활을 토대로 페인포인트(pain-point)가 제대로 발견되었는가’, ‘해결책의 방향이 우리의 삶과 맞는가’, ‘다른 도시 및 커뮤니티를 위해 모범적 사례가 되고 있는가’가 중요한 의미로 작용한다. 오늘날 고객 관점에서의 혁신은 스케일보다 집중도라고 생각한다. 다수를 만족시키려는 포퓰리즘(populism)보다는 호불호(好不好)가 있더라도 집중도가 있는 혁신이 더 올바른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혁신은 발행한다고 해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대중들이 이를 수용하고 적응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정책이든 서비스든 우리가 많은 시간을 들여서 혁신을 추진하게 되면 일정 유예 기간을 거쳐 정착을 조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혁신의 결과물은 최소 개발 과정만큼의 시간이 걸리기에 ‘인내’라는 중요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대중들에게 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거시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가치의 선순환을 유도하는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제품 디자이너가 제품의 외관 디테일과 제품 그 자체만에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제품 디자이너에는 문제 해결을 위한 거시적 관점과 다각적 접근이 요구된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좁고 깊은 영역에 도달하기 보다는 문제를 확장하여 전체적 시스템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전체적 관점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야 문제에 대한 내구성 높은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다.
‘큰 그림을 본다’는 거시적 관점은 기업이나 기관 모두에게 필요한 관점이다. 타깃 고객만 바라보고 마케팅을 하거나 영업활동을 하게 되면 타깃 이외의 대중에게는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 요즘 시대에는 기업과 기관의 이미지가 중요한 만큼 특정 타깃 이외의 대중을 포용하여 긍정적인 삼각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적 프로모션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업 사례 중, 젠틀몬스터의 사례는 대중을 위해서 개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고객이 인정하고 인지할 수 있는 사회적 혁신을 통해 안정적인 기업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사례라 생각된다. 보통 기술적 혁신을 중심으로 혁신의 완벽성과 성과를 논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적 혁신이 일반적 혁신을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디자이너는 단일 제품이나 영역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사회와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디자인 혁신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사업의 진입장벽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선순환할 수 있는 생태를 갖춘 사회 문화적 서비스로 인지해야 하며, 우리가 혁신을 추구할 때에는 거시적 관점에서 전체를 바라보고 이후 가치의 순환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혁신의 절대적 가치를 추구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고객의 프리미엄을 위한 구체적인 약속과 양적 혁신 보다는 각인 될 수 있는 질적 혁신의 추진, 전체를 바라보고 혁신의 대상이 다른 생태계와 어떻게 연결되어 선순환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 탐색 등으로 정리해볼 수 있겠다. 좋은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대중의 공감대를 중심으로 하는 절대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결국 고객과 대중, 즉 사람 중심의 사고를 통해 주관적이고 절대적인 많은 내용을 풀어나가야 하며 이는 절대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디자인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