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해결 방법론의 진화
- 관리자
발표자: 이시완 (LBS Tech 대표CEO)
사회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스타트업인 LBS 테크는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지체 장애인들의 이동과 이용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장애인들이 주문, 결제, 예약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또 다른 관점에서는 건물 정보와 보행 내비게이션, 사용자 위치정보 제공으로 ‘이동’이 용이하도록 돕고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을 만드는 근본적 요인은 바로 도시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된다.
현재 도시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장애인들에게 접근성이 좋지 않으므로 우선 이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었다. 접근성은 이동권과 부합하는 개념으로 장애를 가진 분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보다 어려운 관점과 견해를 가지고 있다. 특히 교통 약자들은 도시 내 이동에 관한 만족도가 상당히 떨어지는데, 보행에 있어 약자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보행환경이 관대하거나 친화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보행로의 폭이나 보도턱의 문제도 있겠지만 모빌리티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킥보드를 비롯하여 다양한 형태의 보행 장애물이 발생하게 되었고, 우리는 이와 관련된 데이터를 모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였다. 해당 문제는 민간 기관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에 필요한 안전 및 장애인들의 접근성과 관련된 다양한 지도 서비스 또는 안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정부에서 주도하는 서비스를 살펴보면 자율주행기반의 도로 정보는 충분히 구축되어 있으나 보행 정보 만큼은 충분한 정보량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보행로는 개인 소유로 그 관리 주체 또한 개인이므로 국가가 가지고 있는 공공DB를 통한 접근의 한계가 있었고, 우리는 신속한 자료의 수집과 대응이 해당 문제의 가장 좋은 해결책임을 알게 되었다. 이에 신속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사용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였고 다수의 전문가와 장애인 분들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문제점들을 파악했으며 이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자료는 ‘사용자들의 실제 경험’임을 알 수 있었다.
장애인과 교통 약자들이 직접 지도를 만드는 ‘소셜 맵핑(Social Mapping)’이라는 이름의 서비스 프로젝트는 사용자들이 보행 중 방해 요인을 마주하게 되면 사진을 찍어 저장하는 방식으로 경험을 수집하고 저장한다. 고령자나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경로를 설정하고 조사하여 보행 환경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고, 지체장애인 분들이 휠체어를 통해 속도와 떨림 등 환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지체장애인 분들이 보행할 때 시스템이 보조로 동행하면서 이동 경로 상 어떤 장애물들이 존재하는지, 휠체어와 이동체들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지 확인하여 데이터를 분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장애인 사용자들이 보행로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보면 보행로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장애물들이 놓여져 있고, 보행 정보의 통일과 체계화 구축을 위한 지속적인 관리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매우 시급함을 통감하게 된다. 우리는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시점에 자료를 반복적으로 수집하여 시간대 별 다양한 형태의 장애물 정보를 모았고, 세세한 조언과 경험을 담아 관제시스템을 정립하였다. 이러한 과정의 핵심은 기존에 존재하고 있었던 GIS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정보의 고도화를 위해 사용자의 경험을 녹여내고 이를 실현하는 기술과 경험을 분류하는 기술의 고도화이다.
처음 언급하였던 사용자의 경로는 두 가지의 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용자들이 직접 경로를 탐색하고 찾아가거나, 시각장애인의 경우 이동 전 지인에게 연락해서 경로에 대한 정보를 구두로 전달받고 이를 기억하여 이동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따라서 실질적인 경로의 경험과 이동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며 현재는 그 정보를 모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여 우리는 시스템을 통해 장애인분들의 이동경로를 수집하고 있다.
두 번째는 보행(이동)의 환경이다. 휠체어에 진동 측정장치 (스마트폰)거치하여 떨림을 감지하거나 경사도등의 보행 환경 상태를 수집하였다. 이런 시차를 두고 수집한 데이터를 관제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 사용자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고도화 하였다. 이렇게 취득된 이미지 정보는 본격적인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하여 보행로의 형태를 구분하게 되고 이는 실질적인 인사이트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는 자율 주행의 형태로 라이더와 MMS 시스템을 통해 거리 정보를 수집하므로 고정된 장애물이나 신호등, 볼라드, 울타리 등 상태 장애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그러나 불특정한 환경적 상황 장애물, 즉 맨홀이나 결빙, 매장 앞 입간판, 방치된 킥보드, 도로 위 방치된 쓰레기 더미와 불법 주차 차량이나 가판대와 같이 우리가 무의식 중에 설치해 놓은 장애물들이 장애인 사용자들에게는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었다. 특히 기온에 따라 나타나는 결빙의 상태, 침수의 정도 등 환경적 요인은 가장 중요한 보행권을 방해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관련 정보를 수집하여 보행권을 확보할 수 있는 일정한 기준을 도출할 필요성이 있었다.
물론, 기술적인 한계 또한 존재하고 있다. 환경 정보와 결빙의 상태, 지열 상태 등의 정보를 수집할 때, 현재의 기술만으로는 도로의 상태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직접 사진을 찍고 위험 요인을 감지했을 때에는 그들의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므로 우리는 이에 기반하여 장애물을 크게 상태 장애물과 상황 장애물로 구분하고 상황 장애물은 인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로 구분하여 세분화 하고 있다. 이렇게 도출된 지도는 레이어를 형성하여 시설을 바탕으로 보행의 장애물, 위험 요소들을 표시하고, 필수적인 정보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정보를 가공하고 제공하며, 해당 관제 시스템은 다양한 형태의 API 또는 표준의 형태로 만들어져 여러 기관들과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분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과정이자 결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동권이나 기본권에 대한 사회적 접근은 장애인용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시도만으로 단번에 해결될 수는 없다. 데이터와 정보를 신속하게 구축하고 시인성과 지속성을 지니도록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우리는 처음부터 철저히 인터페이스와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고 업데이트의 주기, 방법, 기준을 면밀히 고려하여 장애인 사용자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문제는 단일 속성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으므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측면과 여러가지 외부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들의 보행에 도움을 주는 점자블록은 휠체어를 탄 보행자들에게는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동권을 보장하는 보행로 정보의 수집을 통해 시각장애인과 지체장애인들뿐만 아니라 모든 보행자를 대상으로 확장되는 서비스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현재 이를 위한 확장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수집된 데이터는 장애인 사용자들이 직접 경험하고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관계의 피드백이 모여 생성되기 때문에 종래에 목표로 하는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시민 참여형 지도가 도출될 수 있고, 이것이 지속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만드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주체에 의해 생성되고 사용되므로 이 소셜 매핑 프로젝트는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큰 핵심가치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그리는 그림은 현재의 도시를 접근 가능한 도시로 만들고, 지속적 사용에 의해 도시의 활용성을 높여 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스마트 시티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 시티가 단순히 기술에 기반하는, 언젠가는 도달하게 될 좋은 도시가 아니라 포용할 수 있고 연결할 수 있는 Re-Connect의 또 다른 결과물일거라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스마트 시티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면 안타깝게도 현재의 도시조차 접근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답변을 얻게 된다. 때문에 현재의 도시가 진행하고 있는 속도는 ‘가장 앞서있는 구성원들의 빠른 속도가 아니라 가장 나중에, 마지막에 위치한 구성원들의 속도에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도시 내 가장 천천히 움직이는 그룹의 관점에서 문제를 직시하고 그들의 속도에 맞추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표준화 도시를 지향하면서 우리는 현재 시각장애인을 시작으로 지체장애인, 고령자들까지 모두를 포용하고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사업 확장의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우리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도달하게 된 배경은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목표 전략에 역으로 접근하여 정보를 인지함에 있어 가장 어려운 조건에 처해있는 사용자를 생각한 것에서 시작하였다. 시각 장애를 극복하여 사용성을 개선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조금 더 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각적으로 고민하게 되었고, 이제는 고령자들에 대한 전략도 수립할 수 있으리라 예상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상대적인 소외계층이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비즈니스와 서비스를 전개하는 것이 쉬운 여정은 아니지만, 우리는 시각장애인들이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는 다른 사용자들에게 당연히 쉽게 인지될 수 있고, 지체장애인들이 보행할 수 있을 정도의 보행로와 보행 정보는 고령자나 신체적으로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보행자들에게도 유용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현재 자율주행으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배송 로봇에게 보행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자동차 중심의 이동 경로 정보가 아닌, 보행자 중심의 정보 수집을 집중적으로 고민하면서 길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 일정한 기준을 수립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장애인들을 위하는 목적의 포용은 우리에게 더 큰 혜택과 편리함을 제공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관련 비즈니스에 대한 경험으로 이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고 기술이 단순히 어떤 대상을 위해 존재하고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오늘의 사례 공유가 관련 사회적 문제를 연구하는 연구자와 종사자에게 지속적 연구를 위한 좋은 사례로 공유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