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콘텐츠는 2021 서울디자인국제포럼에서 발제된 내용을 요약 및 편집하여 발표자의 사전 동의를 얻은 후 게재되었습니다.


발표자: 김상균 (강원대학교 교수)


우리는 왜 도시를 탐할까?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야생에서 생존하기 위해 집을 짓고, 작은 도시를 만들면서 모여 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호모 사피엔스는 생존했고, 네안데르탈인은 멸망하게 되었는데, 애석하게도 네안데르탈인의 멸망 원인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에서도 일부 관찰할 수 있다. 이를 메타버스라는 독특한 세계를 통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도시가 과연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도시에 결핍된 세 가지 측면은 공유, 연결, 확장의 개념이다. 

도시에서 나타나는 공유의 개념은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과 대형 병원에서 의료비를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는 거대한 의료기기와 같은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유하지 않고 개인의 공간과 기기를 가지려는 도시의 구성원 또한 증가하고 있으나 도시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공유가 가능한 도시를 살기 좋다고 이야기한다. 


서울시내 공동주택 및 공동 거주 구역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가 서울시 인구의 70%를 넘어섰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작은 토지 면적에 다수의 사람들이 밀집하여 살아가는 도시의 모습은 비단 서울뿐만 아니라 전세계 대부분의 도시의 형태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모여 사는 도시 안에서 우리는 서로 충분히 연결되어 있고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늘 새로운 것을 꿈꾼다. 2021년을 살아가고 있지만 과거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미래를 궁금해하기도 한다. 도시에 거주하면서 바닷가를 그리워하거나, 산 속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우리는 사회적인 영역을 무한하게 확장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렇다면 도시 내에 결핍된 공유, 연결, 확장에 대한 해결책을 메타버스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메타버스는 우리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세상을 의미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나 가상 공간에서 펼쳐지는 게임 또한 메타버스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상의 유희나 여흥보다 조금 더 가치 있게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메타버스를 이용하여 도시가 안고 있는 공유, 확장, 연결의 문제를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첫 번째 키워드인 ‘공유’는 거주공간을 중심으로 논의해볼 수 있다. 도시에서의 공동 주거 생활은 모든 것을 개인이 오롯이 소유할 수 없기에 공동출입구를 비롯하여 공동으로 공유하는 시설이 다수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는 공유 공간을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미래에는 이처럼 공간을 공유하는 방법에 있어서 보여주고 나눌 수 있는 공유의 대상, 즉 실감적 공유의 터전을 메타버스를 통해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또한, 메타버스 자체가 하나의 공유 대상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 조성되어 있는 루프탑이나 공연장, 상업시설 등 다양한 공간들은 다양한 사용자들이 공동으로 향유하는 공간으로, 특정 플랫폼이나 기업 주도 하에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도시의 차원에서 조명하고 접근해보면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메타버스 공간을 생성하여 접근성을 쉽게 만들고,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점이 곧 도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음은 대학의 한 교과목에서 몇 해 전 학생이 제안한 사업 아이템 중 ‘촛불’을 켤 수 있는 앱의 사례를 통해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풀어내 보고자 한다. 해당 학생은 본인이 기획한 서비스 앱을 실행시키면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하는 지도가 보여지고, 주변에 같은 관심사나 고민을 가진 사용자들끼리 촛불을 켤 수 있는 기능을 제안하였다. 처음에는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없었으나 해당 서비스의 기획은 고3수험생 시절 밤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하던 중, 문득 창 밖의 불 켜진 또 다른 창문들을 보고 ‘나만 혼자 외로이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 ‘누군가 함께하고 있구나’라는 위안을 받았던 개인의 경험으로부터 기인한 것이었다. 지난 겨울, 비슷한 앱을 목격할 수 있었는데 지역을 중심으로 중고거래를 연결하는 플랫폼 내에서 호떡이나 붕어빵을 판매하는 노점상의 위치를 기록할 수 있는 맵이 생성되었다. 콘텐츠를 올린다고 해서 개인에게 대단한 혜택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동네 주민들이 서로 유사한 취향이나 관심사를 공유하고 연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사례로 기억한다. 

또 다른 연결은 조금 더 깊이 들어가, 사람의 감정을 연결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살펴보자. 인지과학자들은 인간의 감정과 관련된 연구에서 약 30가지의 감정을 쪼개어 연구를 진행하는데, 정작 이렇게 세분화된 분석을 하는 연구의 주체들은 가까이 살아가는 이들의 감정은 20가지가 아니라 단 5가지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단적인 사례로 종종 대단지 아파트나 주상복합 아파트의 택배 배달 시 주민들이 주거시설 내에서 카트를 끌지 못하게 하거나 엘리베이터를 탑승하지 못하도록 하여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를 기사를 통해 접할 때가 있다. 이는 어느 한 쪽이 극단적으로 나쁜 마음을 가지고 행하는 행동이라기보다 택배 상품을 배송하시는 분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과와 활동을 하시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만약 소셜미디어상에 택배 기사 분의 페르소나를 만들어 물건을 실어나르거나 휴식을 취하며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일상들을 공유한다면, 도시의 삶을 풍요롭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플랫폼 뒤에 가려져 있는 분들의 삶과 감정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섯 명을 연결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흔히 사용하는 SNS에서 연결되어 있는 친구의 수를 생각해보자. 많은 온라인 친구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만 실제로 오프라인에서는 기억력의 한계로 인하여 모든 친구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한 사람이 정말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은 보통 35명 정도이고, 좀 더 가까운 사람은 15명, 마음 속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5명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숫자의 규정은 문화인류학자인 던바(Dunbar)에 의해 제기되었기 때문에 ‘던바의 수’라고 이야기 하는데 이와 연계하여 조금은 의아한 ‘도시의 고독’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도시 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밀집되어 살아가는데 왜 고독을 느끼고 고립되는 것일까? 

문 밖을 나가면 발 닿는 곳마다 사람들이 가득한데 왜 외로움을 느끼는 것일까? 

아마도 이는 사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던바의 수’가 제시하는 5명의 연결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많은 이들이 일정 공간에 공존하고 있지만 우리는 업무적으로 활동하고 연결되어 있을 뿐, 개인의 일상은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았을 때 메타버스의 공간은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세상과 단절된 구성원들, 사람과의 연결이 끊어진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5명의 연결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2021년을 살아가면서 과거의 모습을 회상하며 그리워 할 때가 있고, 미래의 모습을 예측하며 기대에 가득 찰 때도 있다. 현재를 살면서 과거와 미래를 그리워 하는 인간의 욕망은 물리적 공간을 통해 충족되기는 어렵지만 기술이 이를 점차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향후 5년 안에 발생할 큰 변화 중 하나로 증강현실을 보여주는 ‘AR 글래스의 확장’을 예측할 수 있다. 어쩌면 이는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개인용 디바이스로 보급되어 도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도시 계획을 조망하거나 과거의 모습을 다시 꺼내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시간을 초월한 공간의 확장 가능성 또한 주목해볼 수 있다. 연중 기온 섭씨 29도를 유지하는 싱가포르가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핀란드 산타마을과 연결되어 화면으로 만나는 낯선 사람들 끼리 미소 짓고 소통하며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이벤트 사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시의 공간을 연결한 초월의 사례 중 하나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가 다양한 지역과 하나하나 연결된다면 어떨까? 한국 영토 내에서 해변과 산 속이 연결되고, 서울과 해외 타 도시가 문화를 공유하며 연결을 꿈꿀 수 있는 도시환경은 멀지 않은 미래에 메타버스적 기술을 통해 충분히 구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공유, 확장, 연결의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알아본 메타버스의 미래는 뚜렷한 확신이나 제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 더 많은 연구와 시도가 필요하겠지만 우리가 기억할 것은 인간 고유의 삶과 도시의 근간이 온라인이나 디지털, 메타버스에 존재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는 여전히 물리적인 세상에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다만 우리 삶에 있어 더욱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메타버스 내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가까운 미래에 메타버스를 통해 서울이라는 도시가 좀 더 공유되고, 연결되고, 확장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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