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콘텐츠는 2014 유니버설디자인 국제세미나에서 발제된 내용을 요약 및 편집하여 발표자의 사전 동의를 얻은 후 게재되었습니다.


발표자: 전미자 (사단법인 한국복지환경디자인연구소 이사장)


우리의 가정과 평범한 생활이 이루어지는 일상(日常), 매일 반복되는 보통의 일과 마주하는 환경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은 어떻게 존재하고 있을까?  


1. 우리들의 가족을 위한 일상의 유니버설디자인

#1

“몸이 불편하여 부축 없이는 외부활동이 어려운 87세의 어머니는 종종 거실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거나 베란다 창틀을 꼭 붙잡은 채 아파트 창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곤 하신다. 최근 부쩍 청력이 떨어져 초인종 소리를 잘 듣지 못하게 되면서 혹여 자녀들의 연락을 받지 못할까 두려워하시는 모습에 전화가 울리면 불빛이 표시되는 전화기로 바꾸어 놓고 실내 동선 곳곳에 손잡이를 달아 두어 이동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선진국은 이미 유니버설 디자인이 일상화 되어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의 노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청각·시각·지체 장애의 징후가 함께 나타난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일상의 불편함을 초래하는 경험으로 이어지게 마련이고, 이는 우리 모두에게 유니버설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하고 유용한 것인지, 왜 우리의 일상생활에 보급되고 실체화되어야 하는지 체감하게 한다. 


#2

“어느 날 아침,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가 13층 아파트의 작은 주방 창문 밖으로 칼, 가위 등 주방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던지고 있었다. 아이가 밖으로 떨어지는 사고는 없었기에 천만 다행이었지만 잠시 후 경비원을 통해 던져진 모든 물건을 건네 받았고, 부모 직업 특성상 거주하고 있는 관사가 아니었다면 더이상 동네에 머무르지 못할 뻔 했다.” 


#3

“아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잠깐 사이 혼자 문을 열고 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바람에 한참 동안 찾을 수 없었는데, 당시 아이의 생각으로는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똑같은 색깔과 비슷한 구조로 되어있는 아파트에서 아이가 스스로 집을 찾아오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아파트 각 동 입구의 색깔이 구분되어 있거나 특정한 구조물이 있었다면 집 앞까지 찾아오지는 못해도 아파트 동 입구는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우리 주변에는 치매 어르신과 혼자 생활하시는 홀몸 어르신,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사회성이 부족한 발달·자폐아동들이나 몸이 불편한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경우를 접한다. 그들의 안전과 최소한의 자립을 지원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은 손잡이, 창문의 안전장치, 낮은 벤치, 크고 알기 쉬운 표시 등으로 구현되며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려고 하는 노력과 책임 있는 하나의 언어로서 기능할 수 있다. 



2. 사회 평등의 실현을 의미하는 일상의 유니버설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은 이용자의 특성과 욕구에 따라 공간 접근 방법과 디자인이 달라져야 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공간을 구축하는 것을 기본 개념으로 하고 있다. 특히 복지시설, 감호시설, 의료기관 등의 공간 구축 시 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청소년 감호시설의 경우 몸은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지만 시설 안에서는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공간 요소를 구성하여 공간 이용자 특성을 반영할 수 있고, 시립 정신병원 지하의 낮 병동은 관리자 입장에서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실적 조건과 이용자들이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싶은 욕구를 반영하여 공간을 계획할 수 있다. 또한, 정신병동의 특성상 한정된 내부병동에서 생활하는 환자들은 철문이 닫히는 소리를 뒤로할 때 위압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하는 것 또한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그들만의 답답한 일상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될 수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철학은 신체적인 편리성을 고려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입장을 총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대화가 어려운 사람에게는 알기 쉬운 표식이 필요할 것이고, 답답한 일상에 갇혀있는 사람에게는 개방감을 주는 공간 요소와 색상, 조명 등이 필요할 것이다. 진심으로 소통하고 차별 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한 유니버설 디자인은 작은 공간부터 큰 도시공간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3. 진정성이 있는 일상의 유니버설 디자인 

우리에게는 그들이 말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심정과 고통까지 헤아려 보고자 하는 마음과 들어보고자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야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이 존중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여 그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밝고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국내 유니버설 디자인이 소수자의 실제적 요구를 수용하고 노력하고자 하는 긍정적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으나 유니버설 디자인은 단순한 편의시설의 설치 뿐만 아니라 일상 전반에 걸친 디자인적 고려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그러한 노력이 디자인에 반영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우리 일상생활 전반에 도입될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진정성을 가지고, 완성도 높은 현실적 방안들이 많이 논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들리지 않는 것들을 들을 줄 아는 능력

마음 속 생각을 잘 듣고 드러내지 않는 그들의 심정과 표현하지 않는 고통

말하지 않는 불만 을 들을 수 있을 때, 그때 비로소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할 수 있고

진실로 원하는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들리지 않는 것들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아닌 상대의 입장에 설 때, 비로소 들리지 않는 것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필 잭슨 Phil Jackson의 일레븐링즈 ELEVEN RINGS 중

- 승리를 만드는 영혼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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