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중심의 문제해결, '사회문제해결디자인'의 가치와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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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및 작성자: 구유리 (홍익대학교 교수)


본 발표는 먼저 사회문제해결디자인의 개념과 방법을 소개하고, 그간 진행되어온 서울시 국제포럼 사례를 통해 사회문제해결디자인의 가치를 탐색하고, 마지막으로 사회문제해결디자인의 진화적 관점에서 디자이너의 미래 역할과 비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Intro: Widening Role of Design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회의 구조와 정책, 기후 변화, 전염병, 불평등 등 사회의 문제가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이러한 문제해결에 있어 디자인의 역할과 가능성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행안부는 국민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공서비스디자인기법을 행정절차법에 명시하고 있으며, 서울시도 사회문제해결디자인을 정책화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Part I. 사회문제해결디자인의 개념과 방법론 


1.문제해결자로서의 디자인

디자인 연구에 있어 '문제해결자(problem solver)'로서의 디자인의 역할은 오랜 시간 동안 주목을 받아왔으며, 다수의 영향력 있는 연구자들에 의해 논의되어 왔습니다. 하버트 사이먼은 디자인은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고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기 위한 이상적인 시나리오에 관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사이먼이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이상적인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라는 개념은 ‘문제 해결’ 이라는 행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2. 사회문제해결과 혁신을 이끄는 디자인

초연결 시대에서는 디자인 자극제는 기술혁신을 넘어 사회적 변화와 의미 창출하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촉발하는데 있어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참여자들이 자신의 고유한 지식과 디자인 능력을 활용하는 공동디자인활동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문제해결과 혁신을 이끄는 디자인은 사회변화를 위한 공동 디자인 과정에 전문 디자인이 기여하는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비전, 실용적인 디자인 도구, 창의력과 같은 요소를 디자인적 접근 방식의 틀안에서 조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거대해지고 복잡화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분야의 디자인 연구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3. 문제해결을 위한 디자인방법론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사고, 디자인적 접근 방식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개인의 역량과 기술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디자인 달리,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은 팀으로 진행되며, 도출되는 결과물 역시 전통적 의미의 인공물이 아닌, ‘사용자의 경험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필요한 지식의 분야도 기술, 비즈니스, 디자인의 융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디자인씽킹은 전략적 실행을 강조하며, 구성원의 시간을 중시하고 이해 관계자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발산과 수렴의 과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쟌 리에디카(2015)가 이야기하고 있는 디자인씽킹의 학문적 기원은 다음과 같이 4가지 정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1)불명확한 난제 (Wicked Problems)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는 크게 명확하게 잘 정의된 것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불완전하고 모순되며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풀기 어려운 영역의 두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전자의 경우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부분입니다. 반면 후자의 경우, 디자인씽킹을 활용하여 창의적 문제해결을 할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의 사회문제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가치가 상충하거나 상호 의존하는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유모빌리티의 경우도 승객의 안전과 이동경험을 개선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택시와 같은 기존 시스템과의 갈등 등 새로운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즉, 편파적이고 근시안적 접근은 예기치 못한 갈등과 긴장,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2) 문제 구조화(Problem framing) 

따라서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즉 문제의 구조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디자인씽킹의 학문적 기원 중 프레이밍은 이러한 문제가 있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의 생성하는 것입니다. 도르스트는 ‘프레임’을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보고 있으며, 동일한 현상도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문제가 다르게 정의 될 수 있으며, 솔루션 역시 달라 질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주어진 제약조건 속에서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것은 모든 디자인 분야에 핵심적 실행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3) 미래 지향적 상상력에 기반 (Hypothesis-driven Approach & Focus on 'What might be’)

다음으로 디자인씽킹은 미래지향적 상상력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개념으로 추측적 디자인은 디자인픽션(Design Fiction)을 통해 일반인도 이해가능한 맥락으로 가까운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비판과 탐구를 가능하게 것입니다. 즉, 디자이너가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가상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사회를 색다르게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하는 것으로서 디자인씽킹의 도구 및 방법론을 활용하여 선호적인 미래를 앞당기고자 하는 것입니다. 


디자인 연구에서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디자인씽킹의 중요한 요소로 다음과 같은 ‘사용자초점’, ‘시각화’ ‘다양성’의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4) 사용자 초점(User focus)

먼저 사용자 초점의 경우, 디자인씽킹의 핵심으로 인간중심디자인철학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인간 중심 디자인철학은 기술과 비즈니스 중심으로 치우치기 쉬운 문제해결 과정에서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입니다. 위대한 디자인씽커로 알려진 사람들은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동료, 클라이언트, 사용자 등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러한 인간중심 디자인 철학은 정책수요자 관점에서 공공영역의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해볼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5) 가시화와 구체화_프로토타이핑 (Prototyping)

일반적으로 프로토타이핑의 의미는 해답을 찾기 전에 행동하고 탐험하는 것이며, 실패를 통해 더 나은 해답을 찾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지니에 따르면 사회문제해결디자인에서의 프로토타이핑은 논의 중인 아이디어를 시각화하고 구체화하여 사회적 논의를 촉발, 지원하고 논의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테티엔의 시티에코랩 프로젝트처럼 사용자중심의 네러티브 만들기를 통해서 변화된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화두를 던지고, 사회적 대화를 촉진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장기입원환자와 식물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기 위해 활용된 체험프로토타이핑 등의 방법으로 특정 솔루션을 직접체험 하거나 소규모의 실험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6) 공동디자인(Co-design) 프로세스와 다양성

이러한 사회문제해결 프로세스에서 디자이너는 전문적인 설계자의 역할보다는 다양한 도구와 반영 프레임을 부여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촉진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즉, 사용자는 더 이상 관찰의 대상자로 존재하기 보다는 공동디자인 파트너로 역할 하게 되며, 이러한 공동디자인 프로세스에서는 다양한 참여자의 능동적 협업이 중요합니다. 특히 디자인씽킹에서 말하는 다양성은 팀구성의 다양성과 함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동향, 이해관계자 분석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배경 연구의 측면도 포함합니다.



Part II.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국제포럼의 발자취


4.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국제포럼의 주제적 진화

지금까지 사회문제해결디자인과 관련된 개념과 방법론들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럼 이제, 그간 진행되어 온 서울시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국제포럼의 사례들을 통해 이러한 개념들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그 가치와 성과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간략히 연도별 주제를 살펴보면 포럼 첫해에는 디자인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면, 18년도에는 사회문제해결디자인 방법론으로서 공동디자인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의 길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19년도에는 그 가치와 영향력의 측정에 대한 논의로 심화되었습니다. 

작년에는 코로나라는 전 세계적 난제에 대해 새로운 디자인의 역할을 모색해보고자 하였으며, 올해 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주체와 영역을 연결하는 가치창조자로서의 디자인에 대해 논의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포럼의 참석자와 발제들을 살펴보면 17-20년도까지 총 25명의 국내와 연사들이 각자의 경험과 맥락을 통해 사회문제해결디자인의 다양한 논의를 펼쳐주었습니다. 



 

5. 사회문제해결디자인의 다양한 사례

본 발표에서는 1) 인본주의 원칙 적용 2) 시민주도형 문제해결 3) 공동디자인 도구 및 플랫폼의 활용 등의 관점에서 사회문제해결디자인의 가치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는 4가지 사례와 영향력 평가 및 성과측정과 관련된 2가지 사례들을 통해 앞서 논의하였던 개념과 방법론의 실행사례를 소개하고, 진화적 맥락에서 사회문제해결디자인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논의해보겠습니다. 


1) 사회혁신 디자인의 석학으로 불리우는 에치오 만지니교수는 (2017) 도시는 복잡한 사회문제가 밀집되고 서로 얽혀 있는 환경이지만, 다양한 주체들간 협업적 접근법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를 구축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밀란의 사례를 통해서 디자이너는 지역주민과의 공동디자인과정을 설계하고 실험을 위한 시나리오 구축함으로서 미래 비전을 구체화 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2) 랑카스터 대학의 레온 크뤽생크교수(2018)는 사회문제해결디자인 방법론으로서 공동디자인프로세스에 대해 비욘드 더 캐슬(Beyond the Castle)과 리프로그(Leapfrog)라는 2가지 사례를 소개해주셨습니다. 비욘드더 캐슬의 경우 랑카스터 성 주변의 녹지공간을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지역사회 시민들과 코디자인 진행한 사례입니다. 레온 교수는 두 사례를 비교하며 비욘드 더 캐슬이 공동디자인 과정에 시민들을 참여시켰지만 지나치게 디자이너 중심적인 툴킷을 활용한 반면, 리프로그에서는 사용자들이 스스로 툴킷을 다운받고 활용하며, 그들의 활용목적에 맞게 각색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능력강화형 디자인툴킷 개발을 소개하며 툴킷의 공유와 확산을 통한 문제해결의 관점에 대해 소개하였습니다. 

3) 인위드풔워드(InWithForward)의 대표 사례 슐만은 장애인들의 심층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프로빙과 같은 인간중심 디자인리서치를 실행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러한 참여형 리서치를 통해 성년으로 접어드는 장애인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누구나 성장하며 경험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삶의 이벤트들이 이들에게는 결핍되어 있었고 이로 인한 고립의 문제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기회를 제공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쿠도즈(kudoz) 플랫폼의 사례를 소개하였습니다. 

4) IBM의 디자인센터장 카렐브랜드버그는 팬데믹 상항에서 코로나19라는 거대 난제 해결을 위해 17개의 서로 다른 타임존에 있는 350명의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비대면 협업 툴을 이용하여 해결책을 모색하는 “IBM Covid19 디자인 챌린지”를 소개하였습니다. 이는 기업의 디자인씽킹 역량을 사회문제해결을 위해 활용한 사례로서 협업의 장소와 주체의 확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5) 사회적 영향력측정을 주제로 뉴욕시의 이페오마 이보는 참여와 사용, 그리고 인지와 사회적 융합 등을 바탕으로 기존에는 평가받지 못했던 참여디자인의 변화를 측정하는 사회적 영향력의 평가지표를 제안하였습니다. 

6) 저도 2019년도에 다양한 참여주체의 관점을 반영하여 수요자가 생각하는 질의 관점에서 공공디자인을 평가할 수 있는 서울시의 사회문제해결 프로세스 모델에 대해 소개하였습니다. 


6. 관계와 관점의 진화:  For people – With people – By people

이러한 일련의 실행 사례들은 사회문제해결디자인에 있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사용자와의 ‘관계’의 진화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 디자이너들은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물음에 대해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받아 결정했다면 현재는 무엇을 해결해야 할지 문제의 정의 과정에서 사용자와 함께 하는 공동디자인과정의 설계가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다가오는 2030에는 이러한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어 창의적 공동체들 간의 네트워크 활동을 중심으로 문제 해결에 참여 대상과 그 관계가 확장될 것이며, 디자인의 결과물 역시 사람, 제품, 서비스, 인프라간의 복합적인 관계에 관한 것이 될 것입니다. 즉, 과거 고객을 위한 디자인에서 현재 사용자와 함께하는 디자인으로 변모되었으며, 이제, 창의적 공동체 주도의 디자인의 활동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7. 사회문제해결디자인 프로세스에서 디자이너와 공공 기획자의 역할

이러한 사회문제해결 및 혁신의 과정에서 디자이너와 공공 기획자의 역할은 사람들의 필요와 잠재된 욕구를 찾아내고 새로운 방식의 참여와 협동을 통해 이들을 연결하며 새로운 형태의 협력조직을 만드는 과정을 설계해야 합니다. 우리가 현재 디자이너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도구를 만들고 미래의 경험에 대한 사용자들의 집단적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재료를 제공하는 도구 제작자들입니다.


물론 이러한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참여자들의 역량과 수준에 맞춰 철저하게 계획되는 부분이 중요합니다. 

제품이 완성되면 디자인 활동이 끝났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사회 혁신 영역에서의 디자인 활동은 프로젝트 안에서 계속해서 진화하고 일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주체들 간에 새로운 가치 관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서비스디자이너과 같은 가치의 연결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맺으며, 

정리해보면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디자인은 이상적인 상황의 시나리오에 대한 것으로 모든 이해관계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는 공동체적 활동이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서비스, 시스템을 디자인하기 위한 문제해결과 의미생산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디자이너는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집단적 창의성 표현을 위한 도구창조자로서 역할해야 하며, 기술적 해결책과 의미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가치창출자로서의 역량을 겸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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